싸이월드가 2019년 2월 공개한 싸이월드 2.5 버전 예시화면. © 뉴스1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당초 목표한 3월이 아닌 오는 5월 부활한다. ‘미니미’나 ‘미니룸’ 등 과거 싸이월드 감성을 그대로 살린 웹서비스와 새롭게 선보이는 모바일 버전이 동시에 나온다. 1년 넘도록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잠들어 있던 3200만 회원 데이터베이스(DB)도 100% 복원될 예정이다.
오종원 ㈜싸이월드Z 대표는 최근 <뉴스1>과 만나 “서비스 복구 및 개발에 개발인력 60명이 투입됐다”며 “5월10일쯤 모바일과 PC 버전을 동시에 오픈할 것”고 말했다. 이는 당초 3월 웹 서비스 오픈 이후 상반기 내 모바일 버전을 내놓는다는 당초 계획에서 다소 수정된 것이다.
경영난에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싸이월드는 이달 초 극적으로 ‘새주인’을 찾았다. 엔터테인먼트사 스카이이앤엠을 포함한 코스닥 상장사 2곳과 투자사 3곳 등 총 5곳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싸이월드Z가 200억원 상당의 기존 싸이월드 부채는 그대로 두고 서비스만 10억원을 주고 양수하는 방식이다.
오 대표는 “싸이월드 이용자 DB를 보관하고 있는 IDC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KT 측과 3월1일부터 임대료 및 관리비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DB를 열어볼 수 있게 됐다”며 “SK컴즈에만 냉장고만 한 서버가 250개인데, 그동안 관리가 안 된 상태의 DB를 정리하면서 5월 서비스 재개때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버를 열어 확보한 이용자 DB를 기반으로 상반기 중 클라우드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이용자 DB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으나 업계에선 DB를 보관하는 서버 상당부분이 훼손돼 사실상 복구가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왔다.
여기에 싸이월드가 IDC 운영사인 SK컴즈와 KT에 65억원 상당의 임대료·관리비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 커졌는데, 이를 해결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 “2차 오픈 때 라이브커머스·PPL플랫폼으로 진화 구상”
5월에 선보이는 싸이월드 모바일 버전은 웹서비스를 휴대전화 안으로 그대로 옮겨온 형태라고 오 대표는 설명했다.
한 사람 한사람의 정체성을 담아 페이지를 꾸미고 운영할 수 있는 미니홈피 서비스와 감성 돋는 일기를 적을 수 있는 ‘다이어리’, 관계에 대해 설명해주던 ‘일촌평’ 등은 싸이월드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효자템’이다.
아이템을 구입하는 ‘도토리’로 미니홈피 바탕화면이나 자신의 아바타인 미니미, 가상의 자기 방인 ‘미니룸’을 꾸미는 일도 재미를 더했다.
오 대표는 “10년 전 내 싸이월드 미니미와 미니룸, 미니홈피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라며 “여기에 새로 추가된 세련된 미니미나 미니룸 꾸미기를 할 수 있고, BGM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반응을 살피면서 2차 서비스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며 “라이브 커머스나 이용자 간 선물하기 기능 추가, 미니룸을 ‘자발적 PPL(간접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어 이용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 AR·VR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 개발자 60명 투입
싸이월드 복구작업은 미국 디즈니와 드림웍스 등에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수출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가 맡았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갤럭시S20 특별판으로 선보인 ‘방탄소년단(BTS) 에디션’에 장착되면서 3D 기술력을 통해 BTS 멤버를 디지털로 구현한 ‘BTS 스냅샷 XR’을 제작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80억원에 최근 30억원을 더 받았다”며 “서비스 개발 비용을 제외하고 40억원 상당은 에프엑스기어 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에프엑스기어에 외주를 주는 방식이 아닌 투자를 통한 ‘혈맹’을 맺는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클럽하우스같은 최근 쟁쟁한 SNS와 경쟁에도 싸이월드가 밀리지 않는다고 오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싸이월드는 초기 버전의 ‘메타버스’(가상세계)”라며 “명품을 찍어 올리며 자기과시하는 SNS에서 피로도를 느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2009년 회원수 3200만명을 돌파, ‘국민 SNS’ 지위를 누리다가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싸이월드 폐업 논란은 싸이월드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체납 문제로 이미 지난해 5월 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기존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저장해둔 사진 등 자료를 영영 복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전 대표는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오다 지난달 서비스 양도 사실을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