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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정파 넘은 우정…‘암투병’ 밥 돌 전 의원 찾아간 바이든

입력 | 2021-02-21 13:52: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암 투병 중인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예고 없이 찾아가 위로했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인 두 정치인의 정파를 초월한 우정에 외신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토요일인 이날 돌 전 상원의원이 살고 있는 미국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단지를 찾아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백악관 대통령 공식 일정에 없던 것으로 갑자기 이뤄졌다.

외신에 따르면 98살인 돌 전 의원은 18일 폐암 4기를 선고 받고 투병 중인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를 알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돌 전 의원을 찾아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 전 의원 만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그는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과 밥 돌. 트위터 캡처

두 사람은 미 상원에서 오랫동안 정치를 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3~2009년, 돌 전 의원은 1969~1996년 상원 의원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돌 전 의원은 공화당으로 서로 대립하는 진영에 몸담았지만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이 이어졌을 때 공화당에서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돌 전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인터뷰에서 “선거는 끝났고 바이든은 1월 20일(취임식 날) 대통령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칭하며 “그는 정부가 어떻게 일하고 의회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소속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는 1월 21일 백악관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에게 (대선 패배가) 꽤 쓴 약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가 졌다는 것은 사실(fact)”이라고도 했다.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

바이든 대통령은 2011년 버락 오마바 행정부에서 부통령 시절 공식 행사에서 매우 감성적인 헌사로 돌 전 의원의 헌신을 기렸다고 CNN은 보도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인 돌 전 의원은 당시 육군 소속으로 활약했으나 이탈리아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장애를 갖게 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그(돌 전 의원)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며 “바로,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돌보는 것은 이 나라의 책무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돌 전 의원과 둘이서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을 함께 여행했다는 사실도 밝히며 돌 전 의원이 국가에 ‘비할 수 없는 헌신을 바쳤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두 사람의 관계를 ‘절친(close friend)’이라고 밝혔다.

밥 돌(오른쪽 아래 사진). 트위터 캡처

바이든 대통령의 병문안은 돌 전 의원의 지역구인 캔자스에서도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 더 캔자스시티스타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편에 섰지만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돌 전 의원은 캔자스에서 27년 간 상원의원으로 선출돼 미 정계에 몸담은 정치인이다. 그는 1976년 미 대선에서 제럴드 포드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가 당시 민주당 소속인 지미 카터에게 패배했다. 1980년, 1988년에는 대선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 1996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맞붙었다가 패배했다.

돌 전 의원은 “22일부터 항암치료가 시작될 것이다. 내 앞에 몇 가지 장애물들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