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자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해 ‘미국의 귀환’과 동맹 강화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유럽의 주요 동맹국들은 향후 대미(對美)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정책에서도 각자의 계산법에 따라 움직이려는 의중을 내비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복원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자 중국 매체들은 “유럽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깎아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다”며 “대서양 동맹이 돌아왔고 우리는 이제 함께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15분간의 연설에서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이는 우리의 흔들림 없는 맹세”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의 상호 방위 약속도 재확인했다. 1963년 창설된 뮌헨안보회의는 국가원수, 장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주요 인사 등이 국제안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공동의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하며 이에 함께 맞설 것을 촉구했다. “중국과의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함께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정부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해킹 문제를 집중 언급하며 “이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집단 안보를 방어하는 데 중요해졌다”고 했다.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이에 맞서 단결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럽과 미국 등 너무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의 전진이 공격받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민주주의가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같은 날 비공개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과 협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포괄적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손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독일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 선사와 선박을 제재한 것에 반대하는 등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 자동차와 첨단산업 제품 등의 중국 수출 규모가 큰 독일로서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20일 중국 관영매체 환추시보는 “이번 G7 정상회의는 미국의 편집증적인 중국 정책이 유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라며 “전략적 이기심이 강한 미국이 이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더 외로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추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G7 정상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관한 부분은 ‘반시장적 행동에 공동 대응한다’는 것뿐”이라면서 “당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권침해 문제, 홍콩 문제 등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념을 동원하는 미국의 행위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