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새로운 백신 개발 도전
황인환 포스텍 교수(오른쪽)와 연구원들이 담뱃잎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왼쪽 사진). 캐나다 소재 바이오기업 메디카고 연구원이 담배 야생종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 잎을 살펴보고 있다. 포스텍·메디카고 제공
이달 26일부터 전국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정부는 3월 내로 76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서는 자체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정 백신의 대규모 접종 시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의 백신 확보 전략도 중요하다. 포스텍 연구진과 바이오기업 바이오앱, 국립보건연구원은 식물 기반 단백질 재조합 백신 개발 도전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감염병 시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식물 기반 단백질 재조합 백신 개발 도전
백신은 바이러스의 항원을 몸속에 넣어 면역반응을 유도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는 원리로 작동한다.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 다른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삼아 바이러스 항원을 주입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 바이러스 항원 생성을 유도하는 유전정보를 DNA나 메신저RNA(mRNA)에 담아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 있다.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나 모더나는 mRNA 백신,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분류된다.
포스텍과 바이오앱, 국립보건연구원은 동물세포가 아닌 식물에서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재조합하는 백신 개발에 나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하면 식물이 항원 단백질을 만든다. 이를 정제하고 분리해 백신으로 활용한다. 연구팀은 현재 담배의 사촌뻘인 야생식물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에 유전자를 주입해 코로나19 항원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항체 생성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황인환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담뱃잎은 한 달이면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활용하는 것보다 백신 제조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며 “쥐 실험에 이어 햄스터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임상이 완료되면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를 활용한 식물 기반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이미 검증된 적이 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바이오앱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식물 기반의 돼지열병바이러스 단백질 재조합 백신을 개발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켄터키바이오프로세싱도 같은 식물을 이용해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백신 ‘지맵’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개발 활발해
해외에서도 백신 플랫폼을 다양화하기 위해 식물 기반 재조합 단백질 백신 개발이 활발하다. 캐나다 소재 바이오기업 메디카고는 담배 제조회사 필립모리스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이 같은 방식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임상 1상에서 효능이 확인돼 지난해 11월 임상 2, 3상 시험이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23일 캐나다 정부와 7600만 도스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유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켄터키바이오프로세싱도 담배 제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전임상을 완료한 뒤 지난해 12월 임상 1상에 돌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