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화 사업’ 눈길

전남 신안군 안좌도 주민들이 96MW 발전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발전소에 투자한 주민들은 4월부터 수익금을 연금처럼 꼬박꼬박 받는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신안군 안좌도는 육지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4개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안좌도 남쪽 87만5000m²의 광활한 간척지에는 태양광 모듈 24만여 장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다. 96MW 발전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다. 1년 동안 4만 가구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 발전소는 국내 태양광 발전소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발전소는 안좌도 주민들에게 ‘연금 발전소’로 불린다. 발전소에 투자한 주민들이 4월부터 발전 수익금을 연금처럼 꼬박꼬박 받기 때문이다.
19일 발전소를 찾은 오구근 씨(74)는 “염분이 많아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수십 년간 버려졌던 간척지에 발전소가 들어서고 주민들이 돈까지 벌게 됐으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고 했다. 발전소에서 5km 떨어진 마을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오 씨는 “한 달에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으로 50만 원 정도를 받는데 아내와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3개월마다 수익금으로 30만 원씩 준다고 하니 이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에너지 복지’ 성공 모델

2018년 10월 관련 조례가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나온 수익이 주민에게 배당된다. 주민들은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수익금을 받는다. 4월부터 안좌도와 자라도 주민 3230명은 연간 40만∼160만 원을, 7월부터는 지도읍 주민 3702명이 20만∼60만 원을 수령한다. 10월에는 사옥도 주민 502명이 80만∼240만 원을 받는다. 4개 섬 주민에게 지급되는 올해 태양광 발전 이익금은 모두 50억9000만 원이다.
김정대 안좌도 신재생에너지주민군협동조합 이사장(63)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섬 주민 80%가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면서 “발전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채권 형태로 참여했고 주민 부담은 조합 가입비 1만 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투자금 113억 원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었다. 군이 지급보증하고 태양광 설비가 담보로 제공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대출해 주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20년 동안 배당되는 수익금은 당분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된다.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익금을 5년 동안은 지역상품권으로, 이후에는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
● 신재생에너지 메카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도 태양광처럼 민간 발전사와 해상풍력 제조업체, 주민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참여해 전력을 생산한다. 신안군은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3000억 원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인당 연 최고 600만 원의 추가 소득이 발생하는 셈이다.
신안군의 주민 참여형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주도형 뉴딜사업 선도 사례로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경북 봉화군과 전북 군산시 김제시, 전남 완도군 등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신안 안좌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