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도 심신상실… 처벌 가능”
원심깨고 유죄취지 파기환송
술에 취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의 여고생을 추행한 남성을 준강제추행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술에 취한 피해자가 모텔로 걸어 들어가는 등 멀쩡해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2월 경기 안양에 있는 한 노래방 앞에서 술에 취한 B 양과 마주친 뒤 근처 모텔로 데려가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8세였던 B 양은 소주 2병을 마셨고, A 씨와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1심은 A 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B 양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위 ‘블랙아웃’ 가능성이 있다”며 A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B 양이 모텔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 B 양이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모텔 직원 진술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