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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고위험군’ 급증… 등록인원 작년 2만명 육박

입력 | 2021-02-22 03:00:00

[코로나 우울]
극단 시도후 응급실행 2만2565명
정부가 파악못한 사각지대도 많아
“경제 지원만큼 마음문제 살펴야”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분노(레드)와 절망(블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우울을 가벼운 질병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고위험군 등록관리 인원은 전년보다 13.4% 늘어난 1만9471명으로 2만 명에 육박했다. 전년도 증가율이 2.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원수나 증가율 모두 전례 없는 규모다.

박지연(가명·32) 씨도 지난해 정부가 관리하는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된 사람 중 한 명이다. 박 씨는 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뒤 ‘물에 빠진 솜처럼 하루 종일 늘어져 지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사이 몸무게는 8kg씩 늘었다가 빠지기도 했다.

“어느 날 변기를 붙잡고 토하고 있는데 자신이 소, 돼지만도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힘을 내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 몸만 아프니 살아 숨쉬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 우울로 건강마저 잃은 박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았다. 그렇게 간신히 7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다행히 박 씨는 취업 상담을 위해 찾은 고용센터에서 심리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참여했다. 덕분에 극심한 우울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처럼 정부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만2565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정신건강 문제가 있던 사람일수록 코로나 우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정신보건 위기는 모든 나라에서 ‘초대형 악재’가 됐다”며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울, 불안 탓에 더욱 절망하는 분들의 마음의 문제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김소영·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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