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늘수록 가장의 역할이 커진다. 의식주 해결은 물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애쓴다. 자신은 뒷전이라도 처자식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자동차를 고를 때도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편안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차다. 마음속에 담아둔 고성능 차는 사치일 뿐이다.
지난 16일 시승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평범한 가장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같은 차였다. 어코드는 편안한 승차감에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성능, 저렴한 유지비까지 어느 모로 보나 눈길을 끄는 요소가 많았다. 혼자 탈 땐 나만의 스포츠카로, 온 가족과 함께할 때엔 안전한 패밀리카로도 손색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어코드가 특별했던 이유는 달리기 능력 때문이다. 확실히 도로에서 화끈해진 모습이다. 이 차는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쭉쭉 뻗어나갔다. 특히 스포트모드에서 100km 이상 고속으로 치닫는 시간이 이전보다 현저히 빨라졌다. 속도계가 치솟을 때 함께 울려 퍼지는 엔진 배기음도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혼다는 직전 모델에서 연료효율성 개선에 치중했다면 이번 어코드는 주행 성능에 더욱 공을 들였다.
이는 혼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2개의 전기 모터가 탑재된 e-CVT와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3세대 i-MMD’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조합 덕분이다. 혼다 스포트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인 2모터 시스템은 동급 최고 수준 모터 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32.1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편안한 승차감도 인상 깊었다. 이날 시승 장소였던 인천 강화도는 노면이 울퉁불퉁한 도로가 많았다. 그럼에도 어코드는 도로 악조건을 최대한 억제하며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을 도왔다. 실제로 움푹 파인 곳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나칠 때 속도를 살려서 통과해도 출렁거림이나 진동이 적었다. 어코드에 적용된 혼다 차세대 에이스 바디가 상호 연결된 구조적 요소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면부 충격 에너지를 차량 전체에 고루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에이스 바디는 탑승자 공간에 전달되는 충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충돌 시 상대 차량에 전달되는 충격까지도 분산시켜준다. 급격한 곡선 구간에서도 네 바퀴가 도로에 잘 밀착돼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주행 경로를 유지했다.
이와 함께 어코드는 패밀리카답게 탑승객을 곳곳에서 배려한다. 동급 대비 넉넉한 공간은 어코드 최고 장점이다. 전장과 전폭은 4950㎜, 1860㎜다. 축간거리는 2830㎜. 차체는 캠리와 그랜저 중간 크기지만 이들 차보다 뒷좌석 공간이 넓은 편이다. 표준체형의 성인이 앉아도 무릎공간이 30cm 이상 남아 한결 여유로웠다. 또한 어코드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무릎 에어백이 적용됐다. 이로써 운전석·조수석 SRS 에어백·프런트 사이드 에어백·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총 8개의 에어백이 탑재돼 안전성을 확보했다.
뒷좌석 리마인더와 뒷좌석 안전벨트 리마인더도 처음 도입됐다. 뒷좌석 리마인더는 하차 간 운전자가 뒷좌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뒷좌석 승객 방치 사고를 예방하는 장치다. 뒷좌석 안전벨트 리마인더는 여러 상황에서 뒷좌석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있도록 장착 여부 확인 알람을 제공한다.
첨단 주행 보조 장치인 혼다 센싱을 활용하면 장거리 운행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전면 그릴 하단의 혼다 센싱 박스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와 저속 추종 장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 △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현된다. 이 장치들을 활용하면 장거리 이동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72km/h 이하 저속구간에서는 작동이 안 돼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서울 양재동에서 인천 강화도 왕복 120㎞ 주행 후 실제 연비는 20.4㎞/ℓ가 나왔다. 고속 주행에서는 크루즈컨트롤로 연비를 아낄 수 있었고, 도심 저속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연료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어코드는 국내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터보 모델로 판매된다. 가격은 각각 4570만 원, 374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