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나와… 온실가스 배출 안되는 공정
현대차-포스코 함께 개발하기로
기존 제철소 없애고 새로 지어야
철강업계 “금융-정책지원 필요”

수소 환원 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순수한 철을 얻는 데 필요한 환원제로 수소를 쓰는 제철 공정을 가리킨다. 지금은 일산화탄소를 환원제로 쓴다. 1500도 이상 고온의 큰 용광로(고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함께 넣으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를 환원제로 철을 추출하는 것이다. 석탄을 쓰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철강 1t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가 약 2t씩 생긴다. 수소 환원 제철은 순수한 물만 나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2019년 국내 철강산업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한국 전체 배출량의 16.7%(1억1700만 t)다.
철강업계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 환원 제철 상용화를 추진해 왔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연구에 착수했고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며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에서 ‘대기업 지원법’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이달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학계, 포스코 등과 함께 철강산업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협의체 ‘그린철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달 16일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수소와 관련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기로 한 업무협약(MOU)에도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 내용이 담겼다. 안정적으로 철을 공급받아야 하는 현대차그룹과 제철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포스코가 뜻을 함께했다. 수소 생산과 운반, 저장, 이용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한창인 두 그룹이 손을 잡으면서 수소 환원 제철 R&D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용이다. 수소 환원 제철 공정이 본격화되면 고로가 필요없어진다. 그 대신 기존 제철소 설비를 없애고 대규모 투자를 해서 새 제철소를 지어야 한다. 철강업계는 현재의 R&D 지원을 넘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금융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에 맞춰 수소 환원 제철로 완전 전환될 때까지는 기존 고로 방식으로 철을 생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올 탄소를 감축하는 것도 부담이다. 수소 환원 제철에 필요한 전기로를 가동하는 데 쓰일 대량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활발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소 환원 제철 연구를 진행 중인 일본은 ‘2030년 상용화’ ‘2050년 완전 보급’을 목표로 정부가 매년 수십억 엔가량을 꾸준히 투입하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그린철강위원회 위원장)는 “현재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이 경쟁국에 뒤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투자가 지지부진하면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 뒤떨어질 수 있다”며 “세계적 조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