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노멀 라이프’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집에 갇혀 지내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사회와 공동체가 맡아야 할 돌봄의 역할이 대개의 가정에서 여성에게로 몰렸다. 엄마 또는 손자를 돌보는 조모나 외조모에게로. 82세 할머니까지 ‘82년생 김지영’이 되었다.
▷코로나는 일자리도 앗아갔다. 용도 폐기됐다는 고립감과 경제적 위협은 생명의 위협과 다를 바 없다. 원망과 불안이 마음에 쌓이면 몸에 고장을 일으킨다.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병원체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사회취약계층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동과 소통 등 인간의 기본 욕구가 막혀 ‘전 국민 우울경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색을 통해 심리적 치유를 얻는 컬러 세러피도 있다. 지난주 디지털로 열린 뉴욕패션위크는 암울한 지금보다는 밝아질 미래를 희망하며 달콤한 색들을 펼쳤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시를 낭송한 어맨다 고먼도 노란색 프라다 코트를 입었다. 글로벌 색채회사 팬톤이 올해의 색으로 노란색과 회색을 함께 선정한 것은 이 지긋지긋한 우울을 떨쳐내자는 다짐이다.
▷한 지인은 주말 새벽 수산시장에서 장을 봐 시집간 딸의 집으로 ‘아빠표 밀키트’를 보내주며 가족애를 다진다. 전문가들은 전화 통화, 식물 키우기, 산책 등이 마음 챙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19세기 역병을 그 자신이 겪었던 푸시킨의 시는 이렇게 연결된다.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집단방역에 성공해도 끝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심리적 정서적 후유증 관리에 적극 힘써야 한다. 한국형 코로나 블루에는 집값 폭등으로 인한 절망과 상실, 자영업자들의 눈물이 섞여 있다는 걸 새겨야 한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