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발목 부상에 슛거리 줄어 엉덩이로 던지는 기술 터득후 11일 KGC전에서 3점슛 5개 성공 슈팅폼도 바꿔 공격본능 끌어내
최근 슈팅 자세를 바꾸고 동료들의 신뢰 속에 자신감을 회복한 허웅(DB)이 19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농구화 끈을 다시 묶으며 다부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각종 부상 속에 혼란을 겪었던 그는 최근 KBL을 대표하는 슈터로서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원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저는 어쨌든 2번(슈팅 가드)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확률 높은 득점을 할 수 있는 슈터로 가는, 중요하고 힘든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의 첫째 아들로 농구 스타인 허웅(28·DB)은 이번 시즌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야 할 농구 인생 로드맵을 다시 그려보고 있다. 동생 허훈(26·KT)이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한국농구연맹(KBL)을 대표하는 포인트 가드로 입지를 굳히며 각종 기록을 쏟아내는 것에 비해 허웅의 진가는 아직 잘 드러나지 않았다. 시즌 전 발목 수술 후유증을 겪었고, 개막 직후에는 무릎을 다쳤다. 김종규와 윤호영 등 동료들도 시즌 초반 줄부상으로 쓰러지다 보니 슈터 본연의 역할과 자신감까지 잃어버렸다.
22일 현재 허웅은 경기당 평균 9.9득점(국내 선수 19위), 2.6어시스트, 3점슛 1.49개(전체 13위) 등을 기록 중이다. 그에겐 분명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허웅은 “상대의 집중 견제가 무섭진 않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간에 쫓겨 힘들게 슛을 쏘고, 확률 낮은 공격만 골라 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넣기도 하고, 줄 때는 주면서 내 기회를 찾아야 했는데 잘 안 되더라. 정말 ‘내가 왜 이렇게까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시즌 막판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여유를 찾았다. “아버지의 농구 스타일이 훈이보다는 저와 비슷하죠”라며 웃은 허웅은 “최고의 포인트 가드라고 생각하는 동생에게 배울 점이 많았고, 그래서 농구도 늘었다”며 “그래도 슛만큼은 훈이가 했던 것(KBL 역대 두 번째 3점슛 9개 연속 성공, 역대 최초 한 경기 20득점-20어시스트)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워 보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2주 가까이 국가대표 차출 휴식기에 들어간 프로농구는 24일 현대모비스-KT 경기를 시작으로 재개된다. DB는 비록 9위에 처졌지만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막판 도약을 꿈꾸고 있다. 허웅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원주=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