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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월남 北남성 8회 포착때까지 아무 조치 안 해”

입력 | 2021-02-23 12:34:00

(자료사진) ⓒ News1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북한 남성이 귀순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군은 감시장비에 8차례 포착될 때까지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이번 사건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남성 A 씨가 사건 발생 당일인 16일 우리 지역 해안에 상륙한 뒤 남하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해안 감시카메라와 해군 합동작전지원소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울타리 경계용 폐쇄회로(CC)TV 카메라, 고성군 제진 검문소 내 CCTV 카메라 등에 모두 10차례 포착됐다.

그러나 당시 A 씨 포착에 대한 최초 상황보고 및 대응은 제진 검문소 내 CCTV 카메라에 찍힌 9번째 및 10번째 포착 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합찹은 A 씨가 동해안에 인접한 북한 지역에서 잠수복·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헤엄쳐 내려와 16일 오전 1시5분경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이후 잠수복 등을 벗고 오전 1시40~50분쯤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 및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의 해안감시 카메라 4대에 총 5차례(오전 1시5~38분) 포착됐고, 이와 관련해 경계감시시스템상에도 2차례 ‘이벤트’(경보음 및 팝업)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실 감시병은 자연상 오경보로 추정해 이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전 4시12~14분경 민통선 내 우리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 카메라에도 3차례 포착됐지만 이 때는 경계감시시스템상의 ‘이벤트’가 없어 위병소 근무자도 A 씨를 인지하지 못했다.

즉 감시카메라 등에 8차례 포착될 때 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후 오전 4시16~18분경 고성군 제진 검문소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2차례 포착됐고, 이를 식별한 근무자가 상급 부대에 상황 보고했다. 우리 군 감시장비에 최초 포착된 시점으로부터 무려 3시간여 만이다.

합참은 “해당 부대 상황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철책 전방에서 이동하는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하는 등 제대별로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어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작전기강을 확립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 관계자는 ‘민간인이 잠수복과 오리발로 겨울바다를 헤엄쳐 월남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혹에 대해 “귀순 추정자가 착용한 잠수복은 얼굴 부분만 개방된 일체형이었다. 그 안에 패딩형 점퍼와 두꺼운 양말을 착용해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일 기상여건을 보면 파도가 높은 부분이 있었지만 어업 관련 부업을 해 바다에 익숙한 귀순 추정자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으론 수영은 가능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해군 잠수교본에서 섭씨 7도 바다에서 5시간 이상 활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현장에서 실제 전투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 데이터를 봤을 때 (A씨가) 충분히 수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A 씨가 북한의 어느 지역에서 출발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