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백용수 교수(왼쪽)가 지난해 7월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을 받은 이을교 씨의 몸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씨는 시술 후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사라지고 항부정맥제도 복용하지 않는 등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충남 서산에서 농사를 짓는 이을교 씨(67)는 평소 달리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몸 관리를 해온 터라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여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떨리면서 숨을 쉬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대학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인천에 사는 딸의 권유로 인하대병원을 찾은 이 씨는 ‘발작성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가늘게 빠른 속도로 떠는 병이다. 심방이 떨면서 두근거림, 호흡 곤란, 흉부 불편감,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몸에 혈액 공급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으면서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혈관에 피가 굳는 ‘피떡’이 생긴다. 이를 방치할 경우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씨의 증상은 약물로 조절이 힘든 상태까지 악화된 상태였다. 가슴이 답답해 응급실을 찾은 것도 수차례 이어졌다. 주치의 백용수 교수(심장내과)는 이 씨에게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고 시술을 받을 것을 권했다. 지난해 7월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을 받은 이 씨는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사라졌고 항부정맥제도 복용하지 않는 등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은 전신마취 없이 수면내시경 검사할 때와 같은 수면 진정 상태로 진행한다. 기존의 대표적인 심방세동 치료법이었던 고주파도자 절제술과 효과는 비슷한데, 시술 시간은 절반인 1, 2시간 이내로 짧아진다. 심장 내벽 손상이 적어 대부분 시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고령이거나 신장질환, 당뇨 등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도 안심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심방세동 초기 단계인 발작성 심방세동은 풍선냉각도자 절제술 한 번으로 85∼9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이 씨는 “평소 건강을 자신했는데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고 고통스러워 당혹스러웠다”며 “주치의인 백 교수가 질환에 관해 잘 설명해주고 최신 시술로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 감사한다”고 말했다.
심방이 빠르거나 느리게 부들부들 떨리는 심방세동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급증한다. 과음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으로 40대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위험한 질병으로 통한다. 심방세동은 당뇨병, 고혈압, 과체중, 수면 무호흡증, 갑상샘질환, 만성 폐질환, 과음, 심장수술 병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잘 발생한다.
인하대병원 부정맥센터는 부정맥의 근원을 제거하는 전기 생리학 검사와 전극도자 절제술, 박동기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뇌졸중과 연관된 심방세동 부정맥의 최신 치료법인 3차원 부정맥 시술 장비를 갖추고 있다. 2019년 7월 풍선냉각도자 절제술을 도입해 심방세동, 발작성 빈맥, 심실 빈맥 등의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