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금융위원장에 직격탄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좀체 찾지 못하고 있는 건 급성장하고 있는 전자금융 거래에 대한 관리, 감독권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전자금융거래 내역 등을 모아 두기로 한 금융결제원에 대한 관할권까지 개정안에 걸려 있다 보니 두 기관의 갈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책기관끼리 상대방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충분히 이해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금융위의 독주를 거론했다. 금융위가 의원 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금법 개정이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이 관할해 온 지급결제 권한을 침범한다는 점을 경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금융위는 전자금융 거래가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 내부의 개인 거래 정보들을 그냥 놔둘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2139억 원으로 2017년의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에 한은과 금융위는 지난해 3월부터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의 해당 부분(지급결제 관련 내용)을 일단 보류하고 관계 당국은 물론이고 학계,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 심도 깊은 검토에 기반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개인의 거래 내역을 금융결제원에 모아 두게 한 부분을 빼고 개정안을 추진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한 것이다.
금융위는 “한은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급결제 부분을 제외하고 추진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디지털금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제외하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들의 돈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냐”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견해가 나뉘지만 두 수장이 갈등의 수위를 높이기보다 대안을 모색하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6년 전자금융거래법을 설계한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금법 개정안이 포괄하는 범위가 단순히 빅테크 기업이 아닌 금융 거래 전반이 될 수도 있다”며 “의원입법보다는 많은 판례와 이론 등을 검토하고 숙고하는 시간을 거쳐 부처입법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