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했다가 취소한 주택 거래 3건 중 1건은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였다고 한다. 일부에서 허위 거래를 신고한 뒤 취소하는 방법으로 시세를 최고가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커졌다. 자기들끼리 거래했다는 뜻에서 ‘부동산 자전거래’라고도 한다. 취소 거래 중 사상 최고가로 신고한 비율은 구매 대기 수요가 많은 서울과 울산에서 50%를 넘었다.
▷시장에서는 허위 거래의 배경으로 일부 주민의 담합을 지목한다. ‘얼마 이상은 받아야지’라는 공감대다. 부녀회에서 면적별 매매가를 지정해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중개업자와 주민들은 공생 관계다. 중개업자는 집값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주민들은 해당 중개업자에게 거래 일감을 몰아줄 수 있다. 서울 일부에선 재건축 조합장이 허위 계약서를 유포해 시세를 높였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허위 공시 창구로 활용하도록 정부가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인은 취소하면 그만이고, 다른 포털에는 허위 가격이 그대로 남는다. 정부는 포털 관리와 함께 실거래가 신고를 공인중개사 입회하에 계약 당일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집값 급등 책임을 시세 조작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 지난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최고가가 쏟아졌던 만큼, 취소 거래 중에도 최고가 비율이 높은 게 당연한 측면이 있다. 취소된 거래 다수는 중복 등록 등 단순 실수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세 조작이 먹힐 만한 환경이다. 인기 지역의 민간 주택 공급을 규제로 막아놓으니 조작됐다는 최고가에도 집이 팔리는 것이다. 투기꾼은 늘 실패한 정책을 활용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