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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행정부 대중 정책으로 중국도 시험대[세계의 눈/주펑]

입력 | 2021-02-24 03: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향해 대중국 압박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동맹 강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과 국민들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지난달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빠르게 ‘탈(脫)트럼프’의 길을 걷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에서 쌓은 오랜 경험과 안목을 바탕으로 자유국제주의에 따른 미국 정부의 이미지를 국내외에서 재창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국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시절처럼 중국과 신냉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중국 정책은 ‘극단적·전략적 경쟁’인 듯하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토대로 다음 네 가지 정도의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정책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방식을 유지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웠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시장에서의 미중 대등’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등’이란 단어는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처음 제시한 것이다. 중국의 국유기업 정책, 정부보조금 지급 문제,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미중 비즈니스 관계에서 ‘탈중국’이 심화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요한 전략물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이다. 이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제조업 투자를 다시 미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과도 일치한다. 셋째,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배치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미국 펜타곤은 중국 전문팀을 만들어 대중국 군사전략 등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 배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점이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의 재래식 군사기지 재설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넷째, 이데올로기와 인권 문제를 앞세워 중국을 더 압박할 것이다. 미국은 홍콩, 티베트, 신장 지역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중국을 미국과 서방이 당면한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로 정의하면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정부의 구체적인 중국 정책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중 경쟁 심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조정은 미국에 새로운 도전이지만 중국 역시 전략적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이 얼마나 신중하고 똑똑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지금이 중국 굴기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아직까지 미국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경제대국으로서 지속적인 발전과 개방,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막을 수 없다.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과 같은 강력한 대중 대결 정책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세계는 중국과의 상호 의존을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 기존 국제체제와 시장에서 중국을 소외시킬 수는 없다. 더군다나 미국은 국내 정치 상황과 사회 분열이 심각하다. 빈부격차 확대, 인종차별, 트럼프와 공화당 고위층의 포퓰리즘적 가치 선택 문제 등으로 미국도 단기간에 빠져나오기 힘든 어려움에 빠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중국은 몸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실용적 국가전략을 설정해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기회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나은 세계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는 존재가 된다면 미국은 중국을 쓰러뜨릴 수 없다.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가 너무 강해 중국의 ‘똑똑한 외교’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40여 년간 개방과 국제화, 세계화로 이어진 중국의 행보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