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매송면 칠보농원의 오리구이.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우리나라에서 오리고기가 대량 사육을 통해 공급된 것은 1960년대 전남 영암군으로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리를 요리하는 방법은 닭고기 이상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숯불에 고기를 올리고 소금을 뿌려 구워 먹거나 진흙에 싸서 구워내기도 하며 불고기, 훈제, 수육으로도 요리합니다. 오리들깨탕이나 오리백숙처럼 국물 요리를 할 수도 있지요. 오리 껍질을 주로 먹는 중국의 대표적 요리 ‘베이징 카오야’도 요즘은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리는 왜 프라이드치킨처럼 튀겨서 먹질 않을까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오리 특유의 냄새와 자체 기름이 너무 많고, 닭보다 커서 골고루 튀겨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게다가 닭보다 비싸고, 닭처럼 조각내서 팔지 않고 마리 단위로만 파는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요.
예로부터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도그마가 우리 민족의 뇌리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음식이 약의 기능을 하려면 매일 삼시 세끼를 장기간 섭취해야 그 효과를 조금 볼 수 있을 터인데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필요한 성분만 추출해서 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요. 오리 역시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좋다고 하지만 포화지방산보다 덜 나쁘다는 뜻이고, 그 칼로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경기 화성시 매송면에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를 내는 ‘칠보농원’이 있습니다.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넉넉히 제공하는 점도 좋지만, 오리 특유의 냄새를 잡은 고기 맛은 비교불가입니다. 숯불 위에 포일로 감싸 익힌 고구마와 후식 녹두죽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객쩍은 소리 하나. 조선시대 삼정의 문란 이래 부패한 관리들은 오리고기를 멀리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매관매직으로 벼슬을 산 탐관오리들이 어찌 ‘동족’을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만, 요즘은 청백리가 많아졌다 하니 오리 입장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릴 만도 합니다.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