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의 스캔들은 낯설지 않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일본 여성과의 혼외 정사설이 나왔고,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전 대통령은 밀회 상대의 집에서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부인과 결혼을 유지하며 모델 카를라 브루니와 동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한밤중 여배우인 연인 집에 가려고 스쿠터를 몰고 파리 거리를 달렸다. 성에 개방적인 프랑스여서 가능한 일이다.
▷17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73)가 2018년 8월 파리 자택에서 20대 여자 배우를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재조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프랑스 대배우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가해자가 되자 비난 여론도 뜨겁다.
▷프랑스에서는 관대했던 성 인식이 권력과 연결되면 왜곡되고, 심지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미투 열풍’과 맞물려 커지고 있다.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인 ‘동의(Le consentement)’를 통해 프랑스 문단 내 남성 원로 작가의 성폭력을 고발한 바네사 스프링고라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대를 증언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성폭행 의혹을 받거나 ‘미투’를 폄훼한 장관 2명을 임명하자 거센 비난이 이는 등 프랑스의 성 인식은 엄격해지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성폭력 가해자까지 감싸고도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도 뿌리 뽑을 때가 됐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