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쇼크]저출산에 휘청이는 대학들〈上〉비수도권大 들이닥친 ‘인구절벽’
“파렴치한 집단 해고 철회하라!”
23일 부산 사상구 신라대 앞에서 할머니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신라대에서 일해 온 청소용역 노동자들. 학교 측은 이들 50여 명에게 2월을 끝으로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신라대 관계자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0년 동안 교직원 임금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이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됩니다. 인구가 줄어드니 신입생 모집은 안 되지, 재학생은 ‘인 서울’ 한다고 빠져나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지고 1000명 정도 되는 중국인 유학생 비었지…. 총장, 교수, 직원 전부 다 같이 청소해서 그 비용이라도 줄여보려는 겁니다.”
○ 아이들이 없다―텅 빈 지방대의 전쟁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없어도 (일부 경쟁률이 높은) 간호학과나 유아교육과 빼고는 다 합격한다고 보면 됩니다.” 광주 A대 입학팀장은 요즘 지방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해엔 일부 미인기 학과만 미달됐는데 올해는 정말 암울하다”며 “1년 전 2.5 대 1이었던 정시 경쟁률이 올해는 0.7 대 1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올해 고3 등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대학 정원보다 7만6325명이나 적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1학년도 비수도권 대학 124곳의 평균 경쟁률은 2.7 대 1로 처음으로 3 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정시가 1인당 세 번까지 지원 가능한 걸 고려하면 사실상 전부 미달이다. 일부 대학은 충격을 받아 끝내 경쟁률을 비공개했다.
대학 정원은 많은데 지원자는 적다 보니 수험생들은 너도 나도 상향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방대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추가모집에서 2만7893명을 더 채워야 한다. 지난해(8930명)의 3배가 넘는다.
작금의 현실을 전북 B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방대는 지역 안에서 학생을 나눠 먹는 거잖아요. 유동인구는 줄었는데 편의점 대여섯 개가 쭉 붙어 있는 거예요. 등록금 공짜로 해줄게, 노트북 줄게, 별별 유인책 쓰면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거죠. 솔직히 ‘제발 먼저 망하는 대학이 있어라’ 바라기도 해요.”
이런 상황은 전문대에서 더욱 심각하다. 4년제 대학도 골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이 전문대에 오지 않는 것이다. 서울 C전문대 관계자는 “우리는 보험용이라 4년제 합격하면 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취업사관학교’로 불리는 보건계열이나 뷰티, 게임, 비서 등 인기 학과도 올해 경쟁률이 참혹하게 떨어진 대학이 상당수다.
○ 이미 10년 전 마른 수건 “못 채우면 죽는다”
등록금이 13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학생마저 급감하자 지방대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턱밑으로 느끼고 있다.
“한 학생당 1년 등록금을 400만 원만 잡아도 100명을 못 채우면 4억 원이 비잖아요. 올해 입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계속요. 재정적 압박이 말도 못 하게 큽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이번 주까지 올해 예산을 확정하는데 과마다 ‘이게 꼭 필요하냐’면서 살벌하게 싸워요.”
대학들의 긴축재정은 눈물겹다. 부산 D대는 학교에 전화 상담원 대신에 ‘챗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남 E대는 교수들이 잘 안 보는 학회지 구독을 끊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교육부가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진행하는 해라 충원율에 대한 대학들의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했다.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내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40억∼50억 원 규모의 혁신지원사업비를 받을 수 없다. 이번 평가에서는 심지어 학생 충원율 지표에 대한 배점이 2주기 평가 때보다 2배나 올랐다. 지방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학생을 채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해인데 어딜 돌아봐도 애들이 없습니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정·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