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글로벌 OTT(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기자 간담회를 갖고, 올해 출시 예정인 콘텐츠와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 온라인 간담회는 ‘See What’s Next Korea 2021’의 일정으로, 지난 2016년 넷플릭스 아시아 론칭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온 행사다. 앞서 1부 행사에서는 2016년 국내 출시 5주년을 기념해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인간수업’ 제작을 총괄한 윤신애 대표가 나와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동행’에 대해 논의했고, 넷플릭스 영화 부문 강동한 디렉터와 김태원 디렉터가 참여해 ‘영화와 사랑에 빠진 넷플릭스’를 주제로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들을 소개했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김민영 총괄. 제공=넷플릭스
아울러 차기작과 관련해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배종병 디렉터와 이기오 디렉터가 등장해 킹덤 : 아신전, 지옥, 오징어 게임, 고요의 바다 등 향후 선보일 작품 및 배우를 소개했다. 2부 행사부터는 넷플릭스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 김민영 총괄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국 이용자의 즐거움이 곧 국제 무대에서의 성공
한국,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김민영 총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총괄은 “한국 콘텐츠 생태계는 굉장히 탄탄하고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라며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인프라가 튼튼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감수성 이런 것도 중요하다. 한국 콘텐츠가 다른 나라보다 감정의 디테일에 굉장히 집중하고 잘 보여주는 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국 드라마는 사건을 위주로 얘기를 풀어나가지만, 한국은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일 '고요의 바다' 스틸컷.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작품을 선보일 때 중점을 두는 가치에 대해서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시청자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처음 넷플릭스를 시작할 때 저희가 제안하는 작품은 전 세계 청중을 위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오리지널 콘텐츠여야 아시아 또는 전 세계 팬들 역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지역화된 소재와 세계관, 감정이 있는 작품을 찾는 게 목표다. 세 요소 덕분에 지금까지 시청자분들이 봐왔던 것과 조금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See What's Next Korea 자료 화면. 제공=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방안 역시 주제로 떠올랐다. 김 총괄은 “앞으로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가지 못했던, 다른 곳은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넷플릭스의 방법이다”라면서, “실제 데이터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더 투자가 확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7,700억 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올 한 해에만 5,500억 원 투자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에 콘텐츠 팀이 상륙한 지 2~3년밖에 안 된 상황이므로 더 열심히 고민해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내 시장 집중이 곧 해외 시장 공략··· 올해 더욱 투자할 것
See What's Next Korea 2021,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는 2021년 한 해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공=넷플릭스
앞서 오전 10시에 진행된 첫 세션에서 김민영 총괄은 “올 한 해 동안 5억 달러(5,500억 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이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결제 방식을 표본 조사해 추정한 넷플릭스의 2020년 연간 금액인 5천 173억 원과 딱 맞는 수치다. 넷플릭스는 이미 영화 옥자를 비롯해 승리호,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등 7,700억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해 국내 콘텐츠 시장에 기여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을 고스란히 국내 콘텐츠 시장으로 되돌려주는 셈이다.
특히 올해 다른 OTT 서비스가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변하고 있으며, 디즈니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이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린다는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다양한 콘텐츠가 발생하고, 시장이 늘어나는 것을 동반 성장할 기회라고 보고 있으며,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 그만큼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것이므로 창작자들에게 더욱 노력할 예정이다”라며, “지금은 작은 파이를 두고 싸울 데가 아니라 다 같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진출 5년 차를 맞이한 넷플릭스는 작년 한 해 역대급 성장으로 전성기를 향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콘텐츠 시장의 요구는 커져가고, 강력한 경쟁사도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올 한해 넷플릭스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넷플릭스의 행보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