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준 8단 ● 이치리키 료 8단 본선 16강 2국 8보(89∼101)
백이 좌변을 헤집으며 유린하고 있지만 흑은 속수무책이다. 결국 흑 97로 가두지 못하고 백 98로 넘겨줘선 흑이 집으로도 밀리는 형세가 되었다. 바둑에서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낳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에게 좌변을 파이면서 흑 대마는 이제 미생마(未生馬)로 신분이 바뀌었다. 아직 살아 있지 못하다는 것을 뜻하는 미생은 앞으로 살아야 한다는 크나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흑 99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백도 중앙이 엷어 쉽게 받을 수만은 없다.
안성준 8단은 고심 끝에 백 100으로 중앙을 먼저 끼워가는 응수타진을 던졌고 이에 이치리키 료 8단이 덥석 흑 101로 받았다. 참고도 흑 1로 받는 게 정수인데, 궤도 이탈이다. 백에게 차이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또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