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끌려가…'노'라고 이야기를 못해" "지금 민주당 DJ·노무현 때와 다른 민주당"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5일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동과 관련, 강성 지지층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통령도 제동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서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특히 대통령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이른바 ‘친문’에 대해 “(집권 초기) 70~80% 지지율이 강성 콘크리트층만 남았다”며 “거기서도 숙청을 한다. 지금 신현수 수석도 정권 사람들이 잘라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진 전 교수는 “(신현수 수석이) 사표를 내면 냈지 거취를 일임한다고 했을까. 이건 대통령에게 결단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저들에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휘둘리면 (자신은) 나갈 거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 공식적 결정단위이 아닌 어떤 단위에서 국정농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거기에 그냥 끌려가는 것이다. 노(no)라고 이야기를 못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이 지금 정체성 자체가 이상해졌다”며 “자유주의 정당 성격을 잃고 입법을 다 반자유주의적 입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의원들 수준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왜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것에 놀랐다”고 힐난하며 “노무현 시절, 김대중 시절 민주당과 다른 종류의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바둑 천재는 커제도 이세돌도 아니다. 바둑판 발명한 사람이다. 발명한 사람이 그 위에서 놀게 돼 있다”면서, 보수 정당이 프레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 같은 사람은 참 잘한다. 기본소득을 확 던졌다. 저는 기본소득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보는데 저 사람은 손해를 안 본다”며 “깔아놓으면 찬성이든 반대든 해야 한다. 자기 판에서 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꽤 괜찮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가 아니라 숟가락을 얹는 게 낫다. 같이 들어가서 맞다고 해서 이슈가 안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또 보수 정당을 향해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개별사안에 대해서 대응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북좌파, 빨갱이, 주사파라고 이거 가지고는 안 된다”며 “왜 저런 일들이 벌어지느냐에 대해서 대중이 납득할 때 이해하게 해줘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설득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진 전 교수는 “수사학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결정적 말 한마디가 상황 반전시킨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인이 빨갱이라고 하니 노 대통령이 나더러 아내 버리란 말이냐 한 마디에 확 뒤집혀버렸다. 그릇된 비판에 대한 올바른 레토릭”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희숙 의원 책을 안 봤다. 받았는데 제목이 ‘좌파 정책’이었다. 딱 보는 순간 버렸다”며 “보는 순간 정책이 아니라 이념화돼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구꼴통이네 하고 안 보게 된다. 왜 그렇게 만드나”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후보로 나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일단 본인이 원해야 할 것 같다”며 “나와야 한다면 지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검찰을 해체시킨다는 건데 그럼 총장으로서 이건 아니지 않나”라며 “검찰총장 직위를 지키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그게 과연 중요한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7월까지 임기 지키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이건 아니다’라는 사인을 내리는 게 중요한가”라고 자문하며 “출마와 상관없이 상반기 (중대범죄수사청) 입법을 한다고 하니 지금은 나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