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직후 도쿄 부랑아 찍은 사진과 흡사"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그린 한국 아동용 그림책 ‘군함도-부끄러운 세계문화유산’과 관련해 일본 언론이 “사실과 관련 없는 삽화를 실었다”고 주장했다.
26일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군함도 전 거주자 모임인 ‘진실한 역사를 추구하는 하시마(端島·군함도) 도민의 모임’과 공동 조사한 결과, 해당 그림책에 게제된 삽화 두 점이 군함도와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책에 게재된 삽화 두 점에 대해 하나는 종전 직후 도쿄의 부랑아를 찍은 사진과 흡사하며, 다른 하나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 스파이를 촬영한 사진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삽화는 두 점으로, 하나는 십여명의 소년들이 벌거벗은 채 감금돼 철창에 기대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산케이는 이 삽화가 1977년 출판된 사진집 ‘일본 현대 사진역사 1945-1970’에 게재된 방랑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구도가 흡사하다고 했다. 해당 사진은 1946년 도쿄 시나가와(品川)에서 촬영된 소년 보호서에 수용된 부랑자들의 모습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군이 조선인 소년을 심문하는 장면이 담긴 삽화다. 그러나 산케이는 이 삽화에 대해 1937년 8월8일에 종군 카메라맨이 중국에서 촬영한 사진과 구도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림책 저자인 윤문영 작가는 산케이신문에 해당 삽화에 대해 “그림책은 1983년 한국에서 출판된 ‘사진 기록 일제의 침략 한국·중국’의 사진을 참고로했다고 출판사인 열린교육을 통해 답변하고, 군함도와 무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인정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한편, 군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섬은 나가사키현 인근 해역에 위치한 축구장 2개만한 크기의 인공 섬으로, 2015년 하시마섬을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시설 23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이 섬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돼 석탄 노동에 동원됐던 곳으로, 일본은 유네스코 측에 메이지 산업시설 23곳 중 7곳에서 조선인들이 강제징용(forced to work)을 당했다는 설명 문구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 정부는 강제 노동(forced labor)의 의미에 대해 해석을 달리하며 강제징용 사실을 명기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