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농장직송 계란 판매점에서 고객들이 계란을 구입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박모 씨(62·여)는 25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흘 전만 해도 6000원대였던 대파 한 단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서는 등 농산물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작년만 해도 한 단에 3000원이던 대파를 2배 넘게 주고 사야 한다. 장보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설 연휴가 지났는데도 주요 농축산물을 포함한 ‘밥상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값 급등 여파에 가공식품 가격도 뛰면서 서민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책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채소·과일에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올라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대파(1kg)의 소비자가격은 7232원으로, 최근 5년 평균치(평년)에 비해 124.5% 급등했다. 양파(62.7%), 풋고추(25.8%), 사과(63.7%) 등도 평년보다 크게 올랐다.
오모 씨(30·여)는 “동네 앞 슈퍼에서 5000원을 주면 감자 7개 정도는 샀는데 이제 3개밖에 못 산다”며 “야채 가격이 많이 올라 고기를 사는 것처럼 비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감자(100g) 소비자가격은 502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50%가량 올랐다. 쌀 20㎏도 6만273원으로 평년 대비 30.1% 비쌌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급등한 달걀 값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란 30개의 가격은 7666원으로 설 직전인 10일(7481원)보다 소폭 올랐다. 평년 대비로는 44.1% 뛴 수준이다.
가공식품 가격 역시 줄줄이 오르고 있다. 오뚜기는 이달 중순 즉석밥 가격을 7% 올린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컵밥 가격을 28.5% 인상한다. 참치캔도 2017년 이후 3년 만에 가격을 올린다. 앞서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90여 개 품목 가격을 평균 5.6%, 9%가량 올렸다. 풀무원도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14% 인상했다.
● “가공식품 담합 여부도 조사할 방침”
또 쌀·배추 등 정부 비축물량을 공급하고 현장 점검반을 꾸려 물가 동향을 매주 점검하기로 했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면 식품업체간 담합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밥상물가 상승은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커 단기간에 안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배 주기가 짧은 시설 채소류와 달리 달걀, 양파, 쌀 등은 단기간 공급 증가가 안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가공식품은 국제 곡물가격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5일 현재 대두와 옥수수 가격은 t당 각각 517달러, 218달러로 1년 전보다 57.6%, 48.3% 급등했다. 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는 “국제 곡물가격은 작황도 부진했지만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사지원 기자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