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대에 법사위 넘지 못해 의협 “결과 존중”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의사면허 취소범위를 확대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계류시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의료법 위반 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6일 야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개정안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여당이 받아들여 법사위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촬영을 한 의사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 자격정지는 1개월이었고, 또 다른 의사도 유사강간행위를 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음에도 자격정지 1개월에 그쳤다”며 개정안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이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들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법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장제원 의원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는 헌법의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며 “살인, 강도, 성범죄 등에는 면허를 취소해야 하겠지만, 직무와 연관 없는 명예훼손,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면허를 취소하는 건 최소침해성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은 “(과거) 법이 문제가 있어 2000년에 현재 법으로 개정된 것”이라며 “다시 예전의 법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갑자기 의료인들의 범죄가 늘었느냐”고 반문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김강립 식약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개정안을 두고 여야 대립이 이어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수정안을 마련해 다음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의료인에 대해서도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 직종처럼 면허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때만 의사 면허가 취소됐지만, 개정안에는 의료법 외 일반 범죄를 통해서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이 적용 대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 기간이 끝난 의사는 이후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는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부터 2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은 의사는 유예기간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경우는 제외하기로 했다.
의협은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넘자 총파업과 코로나19 백신접종 거부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