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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인력 부족, 자가진단 앱 먹통”…개학 코앞 서울 학교 혼란

입력 | 2021-02-26 17:58:00

교육부 방역인력 인건비, 개학 1주일 전 교부
"아직 못 뽑았다…급한대로 교사들에게 부탁"
자치구 방역인력도 턱없이 부족…651명 불과
원격수업 중 급식 제공도 난관…조희연 "고민"
자가진단 앱도 "새 학적 학교가 직접 입력 중"




3월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 서울 초·중·고등학교가 방역 지원 인력 부족과 급식 확대 제공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초1~2와 고3이 매일 학교에 오는 등교 확대 국면에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학교에선 교사에게 방역 지원 인력의 업무를 대신 맡기거나, 교육 당국 지침을 기다리겠다며 손을 놓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신학기 3월 한 달 동안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6일 서울 시내 일선 학교에선 방역 인력 구인난을 겪거나 교육부 예산 지원을 기다리다가 인력을 아예 뽑지 못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운영비 10%를 활용해 학교가 직접 인력을 뽑아 쓰도록 안내했으나, 추가 지원이 들어올 것을 기다리다가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전교생 1000명 규모의 강남 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은 “운영비 10%인 5000만원 중 절반인 2500만원을 방역 지원 인력 인건비로만 잡아놓았지 교육부 공문을 받지 못해 아직 뽑지 못했다”며 “급한 대로 3월2일부터는 교사들에게 방역 업무 지원을 부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노원구 한 중학교 교사는 “당장 방역 인력을 구하지 못해 3월2주차(12일)까지는 교사들이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통보를 받았다”며 “원격수업 준비도 아직 다 못 끝낸 교사들 사이에선 ‘올해도 또 이런다’는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1학기 학교 방역 지원 인력 인건비 명목의 특별교부금 129억원을 지난 22일 시교육청에 교부했다. 지난달 28일 발표했던 방침인데 한 달이 다 돼서야 나랏돈이 각 교육청으로 배정된 것이다.

시교육청은 개학을 4일 앞둔 지난 25일 밤 늦게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내 “방역 지원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데 쓸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예산으로 1학기 동안 특수학교는 3명, 초등학교는 2명, 유치원과 중·고등학교는 각 1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24일 “방역인력은 등교 개학에 맞춰 충분히 확보됐다”며 “교육부, 자치구와 협력해 방역 인력 약 9000명을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방역인력을 지원하는 자치구는 2월 기준 25개 자치구 중 강동·관악·광진·마포·서초·송파·양천·영등포·은평·종로·중랑구 등 11개 구 651명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치구에 추가 방역 지원 인력 요청을 수차례 보내고 있다”며 “3월이 되면 지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지원 인력이 교육 당국의 기준만큼 제대로 배치가 된다 하더라도 일선 학교에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의 배치 기준은 초·중·고등학교는 규모별로 3~5명이다.

교사들은 원격수업 준비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쌍방향 원격수업이 강조되면서 여기에 맞춘 수업자료를 개발하기도 벅차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등교하는 학생들 지도와 교실·화장실 소독 등 방역 실무까지 함께 떠맡을 경우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고용형태 문제로 인해 방역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시간50분으로 제한되며 남은 시간은 결국 교직원의 몫”이라며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4~5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이 희망하면 급식을 주겠다고 시교육청은 공언했으나 학교에선 당장 3월 초부터 지켜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송파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급식은 지금도 버거운데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까지 추가되면 이 학생들은 몇시에 와야 할지, 온 학생들은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관리는 누가 할지 생각해야 할 게 많다”며 “교육청 지침 내려올때까지 손 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원격수업 학생들에 대한 급식 제공도 인력과 공간 문제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을 먹고 싶다고 한 학생들을 등교시켜 담임 교사가 관리하라는 지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가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교원단체 불만도 높아졌다.

박숙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탄력적 급식을 먹고 싶다는 학생들도 원격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초등돌봄교실에서 수강하면 시끄러우니 교실로 올려보내고 있다”며 “급식 확대 제공의 의도는 좋지만 학교 현장에 문제가 많아 26일 시교육청에 항의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5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급식 관련 질문을 받고 “등교하는 학생과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동시에 급식을 제공하는 게 어렵다는 학교 민원이 많이 와 있다”며 “수요조사가 이뤄지면 교육부와 협의해 탄력적 급식 제공 조치를 완화할 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개학 1주 전 재개된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애플리케이션)도 말썽이다. 학생·교직원들이 등교 전 자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을 체크해 학교로 알려야 하지만 아직 신학기 새로 바뀐 학급과 학적이 반영되지 않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2월 초 교육정보시스템(NEIS) 반편성과 진급자 학적 반영을 지난 18일까지 마무리해 달라고 각급 학교에 요청했다. 그 이후 수정된 학적자료는 추후 학교에서 직접 자가진단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박경민 서울 동작구 문창중 보건교사는 “학교 현장에선 지난 18일까지 바뀐 학적을 반영할 시간이 없었다”며 “교사들이 전근을 오가는 시기가 통상 15일 전후라 시간이 너무 짧았고, 전출 간 담당 교사에게 요청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