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의 임무/할 클레멘트 지음·최세진 옮김/404쪽·1만4800원·아작
이호재 기자
이 소설은 저자가 1971년 발표한 작품. 미국 하버드대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사립 고등학교 천문학 교사로 일한 저자의 해박한 과학지식이 리얼리티를 높인다. 처음 출간된 뒤 50년이 지났지만 탄탄한 이야기 전개 덕에 지금도 술술 읽힌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공상과학(SF) 영화 ‘승리호’다.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 선원들이 각종 사건을 겪는 이야기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영화끼리 비교해보자. 2014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선보였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에도 탄탄한 줄거리 덕에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의 이론적 기반이 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도 생겼다. 과연 승리호를 본 뒤 과학 공부를 시작한 이들이 있을까.
18일 한국에서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SF 소설 공모전으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당선작보다 눈길이 가는 건 박상준 초대 한국SF협회장의 심사평이다. 그는 ‘아이디어에 앞서 기본기부터 다지자’라는 심사평을 통해 “예심을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들에 비해 글 쓰는 기본기가 아쉽다는 점이었다”며 “SF 소설은 문장, 구성, 인물 등 문학작품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들이 우선 일정 수준에 올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응모작의 질이 아쉽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SF 장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대작을 바라는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SF 열풍이 식지 않으려면 작품의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 건 필수다. 소설이건 영화건 “한국 SF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차기작들이 여럿 나오기를 바란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