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2.28/뉴스1 (서울=뉴스1)
“5명 이상 모여계시면 안 돼요. 2m 이상 떨어지세요.”
기온이 16도까지 오른 27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중학생 10명이 돗자리 3개를 붙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걸 본 함기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방역단속반장이 다급하게 주의를 줬다. 함 반장이 방역 수칙 위반을 지적하자, 학생들은 “그것 봐,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라며 돗자리를 띄우기 시작했다.
일단 공원을 찾는 시민의 숫자 자체가 워낙 많아졌다. 여의도한강공원은 지난주 토요일인 20일 2만9330명이 방문했으나, 27일엔 5만3950명으로 늘어났다. 인근에 있는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은 오후부터 개찰구를 빠져나가려면 긴 줄을 서야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공원 측은 1시간 간격으로 방역수칙 주의사항을 방송하고, 방역단속반이 지속적으로 순찰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3시경 약 1시간 정도 단속반과 동행했더니, 현장에서 마주한 수칙 위반이 10건 이상이었다. 어른 3명과 아이 6명이 모여 있던 이들은 “직계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고 안내하자 “야외에선 가능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황인견 안내센터팀장은 “방역수칙을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나 은근슬쩍 수칙을 따르지 않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쌓인 시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과태료 부과보단) 최대한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주변 시민들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28일 정오경 광진구에 있는 뚝섬한강공원에서는 성인 11명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음식을 나눠먹었다. 심지어 술에 취해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주민 강모 씨(61)는 “여전히 하루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데 저렇게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건 크나큰 민폐”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에서도 많은 인원이 가까이 모여 대화를 하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나들이를 가더라도 소수의 인원이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이기자 yunik@donga.com
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