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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면 모르는 우엉의 매력[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88〉

입력 | 2021-03-01 03:00:00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내가 최근 몇 년 관심을 두고 먹고 있는 채소는 우엉이다. 서양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먹기 쉬운 채소는 아니다. 흙 묻은 나무토막처럼 보이고 질겨서 먹는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지만 유라시아가 원산지인 우엉은 엉겅퀴과에 속한다. 우엉이 피워내는 아름다운 보라색 꽃은 스코틀랜드 국화다. 15세기 아랍인들에 의해 꽃처럼 자라는 아티초크와 굵은 줄기를 먹는 카돈으로 발전해 왕실에서 먹기 시작하면서 전 유럽에 확산됐다. 이 식물들은 모두 비슷한 엉겅퀴 꽃을 피운다.

야생종들은 호주와 유럽, 미 대륙에서 오랫동안 자랐다. 엉겅퀴가 가득한 밭은 꿀벌에게 꽃가루를 제공하고 우리는 꿀과 꽃, 과일들을 제공받는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가시와 씨앗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잘 달라붙는 특성이 ‘벨크로’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우엉은 오세치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다. 오세치는 새해맞이를 위한 도시락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새해의 의미를 품고 있다. 3, 4일 정도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며 풍요와 행복을 기원한다. 추석이 되면 조상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만드는 도시락에도 들어간다. 귀신이라면 상상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 떨던 아이였던 나는 죽은 조상들이 먼저 먹고 남은 음식을 먹는다는 말에 도시락을 먹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엉을 음식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일본, 한국, 대만뿐이다. 최근 미국의 몇몇 요리 블로거들은 우엉을 가리켜 ‘나무 같고 쓰다. 마치 흙을 씹는 맛’이라고 묘사했다. 야생 우엉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재배되는 우엉을 맛보면 부드럽고 약간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 약간의 흙 맛이 느껴진다.

아시아 10대 레스토랑 중 하나에 속하는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의 대표 요리 이름은 ‘흙탕’이다. 100년 된 유기토양에 우엉을 같이 넣고 익힌 것으로 소금을 포함해 어떤 재료도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맛이다. 재료에서 나오는 달콤함과 짭조름한 맛이 미생물과 조화를 이룬 맛.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된 안전성. 그는 최고의 채소는 그런 완벽한 토양에서만 자란다고 믿는 요리사다.

중국에서는 10∼13세기 송나라시대까지 음식으로 사용되다가 그 후에는 한방학적인 이유로 더 많이 사용됐다. 최근 서양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 치료에 효과적이다. 표면의 갈색은 혈압을 조절하는 폴리페놀 성분으로 혈액순환은 물론이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정화제 역할을 한다. 수세미로 닦는 정도로 재빨리 씻고 물에 담그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직접 말리고 덖어서 우엉차를 만들고 잘게 썰어 냉동고에 넣어둔 우엉을 한줌 넣고 잡곡밥을 지어 먹는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는 말을 철저히 믿고 사는 덕에 아픈 데 없이 건강한 날을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