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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는 작아보였다

입력 | 2021-03-01 03:00:00

흥국생명, 학폭논란 결장한 쌍둥이 공백 커
GS칼텍스에 처음 선두 내주고 2위로 밀려




프로배구 흥국생명 김연경이 28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벗어나고 있다. 이날 패배로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들어 처음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GS칼텍스는 승점, 다승이 같지만 세트득실률(1.558)에서 흥국생명(1.452)에 앞서 선두가 됐다. 아래 사진은 1위 확정 뒤 환호하는 GS칼텍스 선수단. 뉴스1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2위 GS칼텍스와 1위 흥국생명의 경기 사전 기자회견.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정돈된 헤어스타일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지난 경기(지난달 21일 한국도로공사 전) 뒤 일주일 여유를 활용해 지저분한 머리를 다듬었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건 없다. 정규시즌 한 경기 치른다 생각하고 덤덤하게 준비했다”면서도 정작 자신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TV(중계화면)에 많이 잡힐 테니까”라고 농담을 던지며 이날 경기를 향한 주변의 뜨거운 관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차 감독의 기분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됐다. GS칼텍스는 이날 흥국생명에 3-1(25-19, 25-19, 22-25, 25-17)로 승리하며 지난해 10월 개막 후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최근 4연승을 이어간 GS칼텍스는 승점(53)과 다승(18승 9패)이 같아진 흥국생명을 세트득실률(1.558)에서 앞서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개막 후 10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흥국생명(세트득실률 1.452)이 선두 자리를 내준 건 올 시즌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중요한 길목마다 흥국생명에 제동을 걸었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결승전에서 흥국생명을 꺾으며 무실세트 우승을 저지했다. 12월 흥국생명에 시즌 첫 패를 안기며 여자부 통산 최다 연승 신기록 도전(15연승)을 막은 것도 GS칼텍스였다.

GS칼텍스는 이날도 서브로 리시브 라인을 집요하게 흔들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1세트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세터 안혜진(23)이 2연속 서브 득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GS칼텍스의 이날 팀 서브 득점은 8개로 흥국생명(4개)의 2배였다. 최근 리시브가 고민이던 흥국생명은 평소 2인 리베로 체제 대신 도수빈(23) 1인 리베로 체제를 꺼냈지만 팀 리시브 효율이 27.47%에 머물렀다. GS칼텍스 공격에서는 라이트 포지션의 러츠(27)가 양 팀 최다인 30득점(공격성공률 65%)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레프트 이소영(27)이 17득점(53.57%), 강소휘(24)가 18득점(37.5%)으로 35득점을 합작했다.

차 감독은 경기 뒤 “1위에 오른 것은 굉장히 기쁘다. 이런 팀의 감독으로 있다는 게 뿌듯하다”면서도 “승점이 같은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심정으로 남은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웜업존에 있던 교체 선수들이 손잡고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1위 등극을 자축했다. 왼쪽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된 최고참 센터 한수지(32)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함께 축하를 나눴다.

흥국생명은 라이트 브루나(22)가 22득점, 레프트 김연경(33)이 15득점으로 분전했지만 한 세트를 따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최근 2연패다. 쌍둥이 자매 레프트 이재영, 세터 이다영이 학교폭력으로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이후 5경기에서 1승 4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