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다 합쳐 11편에 불과, ‘임시정부 100주년’ 효과도 무색 “학문적 성과 쉽지 않다” 인기 뚝… 대학 정원-교수 채용 축소도 영향 독립운동사 연구 代끊길 우려… 젊은 학자들, 생활사에 더 관심 “새 분야 개척은 긍정적” 시각도
1907년 영국 ‘데일리메일’의 기자 프레더릭 매켄지가 우리나라에서 촬영한 의병 사진. 이 사진은 국사 교과서에 실렸고 독립운동을 다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년)의 모티브가 됐다. 1894년 시작된 의병운동은 1907년 대한제국의 군대 강제 해산을 계기로 전국적 의병투쟁으로 확대됐다. 동아일보DB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는 해였던 2019년, 국내 독립운동사를 다룬 박사학위 논문 6편이 심사를 통과했다. 다시 말하면 국내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려는 신진 연구자가 6명 배출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100주년 반짝 특수’ 성격이 있었다. 2019년을 전후해서는 관련 연구자가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이 분야 학문 후속 세대의 명맥이 거의 끊겨 가는 양상이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중견 학자들은 “신진 연구 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뚝 끊긴 신진 연구자
1980년대에는 매년 10여 명씩 쏟아졌던 독립운동사 신진 연구자가 일 년에 한두 명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독립운동사 연구가 누적되면서 젊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 인기가 떨어졌다. 대학들이 역사를 비롯한 인문 분야를 축소하면서 교수 채용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2010년대 들어서는 교수의 퇴직과 함께 사학과를 폐과하는 대학이 속속 생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한 서울 사립대 사학과 교수는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가 너무 없다 보니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만 해도 장학금을 줘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기존 연구자들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아직 연구되지 않은 내용이 많은데, 이대로 학문 후속 세대가 끊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 교수는 “3·1운동도 이미 연구가 많이 이뤄져서 더 발굴할 내용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난 곳과 일어나지 않은 곳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지도자의 유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연구는 여전히 미진하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곳은 전국 약 3000개 면 중 3분의 2 정도다. 이 교수는 “똑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때인 장날을 통해 3·1운동이 전파됐는데, 왜 어떤 곳에선 사람들이 참여했고 어떤 곳에선 참여하지 않았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독립운동사에서 생활사로
그렇다면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 몰리고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운동사에서 생활사로 관심이 옮겨 갔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박성순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영웅 중심적 서술은 과거 독립운동사의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을 때 필요했던 관점이다. 독립운동사의 기본적인 뼈대가 선 지금은 실제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할 수 있었던 대중적 기반에 대한 물음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근대사 학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다만 연구가 끊기는 분야가 생기지 않도록 신진 연구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이 교수는 “신진 연구자들이 학문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 토양이 마련돼야 젊은 연구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