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퓰리처상 김경훈 기자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 책 내
지난달 23일 보도사진 에세이 ‘사진이 말하고 싶은 것들’(시공아트·오른쪽 사진)을 펴낸 김경훈 로이터통신 사진기자(47·왼쪽 사진)는 24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사진기자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SNS가 보편화되면서 사진을 찍고 유통시키는 일이 쉬워졌기 때문. 김 기자는 “이젠 시민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역사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2019년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폐쇄 조치로 국경 앞을 떠돌던 중남미 이민자(캐러밴)들이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김 기자는 일제강점기에 스마트폰과 SNS가 있었으면 역사적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고 했다. 1923년 김상옥 의사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다. 은신처가 발각되자 쌍권총을 들고 수백 명의 일본 경찰들과 추격전을 벌였다. 당시 이 사건은 활자로 기사화됐지만 현장을 담은 사진은 없었다. 김 기자는 “만약 그 시절 조선 민중의 손에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이 일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사진의 대중화가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온 건 아니다. 2016년 페이스북엔 한 공항에서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엄마의 사진이 올라왔다. 온라인에서는 이 여성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엄마와 아기는 행정상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이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답하고 있는 찰나의 순간이 잘못 해석돼 퍼졌던 것. 김 기자는 “시민들도 사진 윤리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