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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직원도, 이익 나눠라”…잘 벌고도 머리 싸맨 이해진·김범수

입력 | 2021-03-01 09:15:00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 뉴스1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언택트 수혜로 곳간이 두둑해지자 정치권에 이어 직원들까지 ‘이익공유’를 외치고 있다.

‘온라인 경제’를 주도해온 양사는 지난해 언택트 바람을 타고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회사가 급성장하자 정치권은 ‘이익공유제’를 요구했다. 이어 내부 직원들도 늘어난 이익을 더 나눠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경도 없는 ‘플랫폼 경제’에서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골리앗’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도 불가피한데 안팎으로 거센 이익공유 요구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익분배와 성장을 위한 투자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25일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올해 가장 기쁜 일은 그동안 열심히 고생해준 직원들이 처음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에 맞춰 스톡옵션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 2월 전 직원에게 1000만원 수준의 스톡옵션을 주당 12만8900원에 지급했다. 주가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6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37만5000원에 달한다. 거의 3배로 뛴 만큼, 차익도 거의 2000만원에 달한다. 2년전 전 전직원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했는데 행사 시점에 주가가 급등해있어 누구보다 기쁘다는게 이해진 GIO의 말이다.

한성숙 대표도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처우가 높다”는 말과 함께 “성장을 위해 움직여준 조직을 중심으로 더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선 주요 게임사들이 일괄 연봉 인상을 발표하는 분위기와 달리 네이버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성과급을 통해 직원들과 충분히 나누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네이버가 언택트 업종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이 붙었다.
컴패니언 데이 당일에도 네이버 본사에는 노조원들이 ‘깜깜이 성과급 산정’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GIO와 한 대표도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해서 컴패니언 데이 자리를 통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같은날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간담회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통해 “평가보상 그런게 참 어렵다”고 운을 뗀 뒤 “카카오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꽤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산업군에선 가장 보상이 많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다소 차이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단도직입적으로 네이버와 비교하면 연봉과 성과급은 네이버가 영업이익이 세다보니 한동안 그것을 (비슷하게) 못 맞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스톡옵션은 더 많이 나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누가 더 많을지 객관적인 비교를 통해 밸런스를 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성과급 및 인사평가 체계와 관련된 발언이다. 김 의장의 발언은 카카오보다 먼저 성장한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한 카카오는 당장의 보상 대신 회사의 성장과 함께 가치가 높아지는 스톡옵션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3041억원,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8%, 5.2% 증가했다. 같은기간 카카오의 매출은 4조1567억원, 영업이익은 45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5.4%, 120.5% 늘어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기업 외형은 비슷하지만 이익면에서 카카오는 네이버의 절반수준이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도 이익을 나누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이익을 본 언택트 관련 기업이 어려움에 처한 중소상인을 돕는다는 취지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면 메워주는가”라는 말과 함께 정치권이 민간 기업의 팔을 비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안팎에서 이익을 나누라는 압박이 이어지자 두 IT기업을 이끄는 이 GIO와 김 의장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처럼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꾸준히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는 데다, 기업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선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을 신사업과 해외시장에 재투자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커머스·엔터테인먼트·콘텐츠 등 신규 사업을 내세워 국내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실례로 네이버는 네이버 웹툰과의 글로벌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난 20일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전량을 인수했으며, 카카오는 내달 중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를 합병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 이같은 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 만큼 대기하고 있는 자금수요가 많아 이 GIO와 김 의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최근 5년 2개월 만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세종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자금 부족에 의한 외부자금 조달 목적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기하고 있는 자금수요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선 관련언급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두 기업이 성장과 배분의 기로에 서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전날 김 의장이 “(회사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있는데 회사가 안정적이게 되면 ‘로우 리스크 미들 리턴’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국내에선 업계 정상에 서 있는 기업이지만 해외 등으로 눈을 돌리거나 아직 준비 중인 사업부문들이 상당 수 남아있다보니 기업을 이끄는 입장에선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