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미국인에게 말은 농사에 필요한 기초 생산력이자 철도 등장 전까지 유일한 장거리 이동수단이었다. 말발굽을 보호하는 편자와 편자를 고정하는 못은 자동차 타이어만큼이나 핵심 부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편자를 말발굽에 박을 때 쓰는 못’이란 쉬운 표현으로 국가 경제력에 영향을 미칠 첨단 분야 소재·부품의 자국 내 생산 필요성, 경쟁국이 이 제품 생산을 독점할 때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이다.
▷작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호흡기 등 기본적 의료기기조차 확보하지 못해 6·25전쟁 직후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해 기업에 생산을 강제해야 했다. 수많은 세계적 기업이 있어도 정작 물건을 생산할 공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있기 때문이었다. 유턴 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렸지만 떠났던 공장이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최근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GM, 포드와 테슬라 전기차 생산라인까지 멈춰 미국 정부의 마음이 급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집콕 트렌드’로 인한 가전제품 수요 급증, 텍사스주 한파와 정전 사태가 겹쳐 ‘못이 없어 말이 사라지는’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 첨단무기 제작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경제 문제를 넘어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으로선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두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 시장을 확대할 좋은 기회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중국산 희토류 수입을 줄이도록 압박하면서 양자택일을 요구해 올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두 강대국 모두에 ‘못과 편자’를 팔아야 지탱하는 한국 경제의 숙명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