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13조 넘게 팔아 “국내주식 비중 16.8%가 목표”… 국민연금, 연내 24조 더 팔듯 “시장 변동성 키워” 개미들 원성 “외국인이 불안 유발” 반론도 많아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작년 하반기 주식 투자를 시작한 50대 주린이(주식+어린이 합성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주식 입문 이후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순매도를 지속하는) 연기금의 매매 행태”라고 썼다.
최근 금리 상승 여파로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시의 ‘큰손’이자 ‘수급 버팀목’인 연기금의 역대 최장 매도 행진에 개미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기간은 40일이 넘어 연기금의 자산 재분배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다만 외국인이 미 국채 금리 움직임에 따라 한국 주식을 대거 팔고 있어 연기금의 매도세가 증시 방향성을 이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 연기금, 42일 연속 국내 주식 순매도
문제는 연기금 중 비중이 가장 큰 국민연금이 앞으로 24조 원가량을 더 내다팔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주식 자산을 전체 자산의 일정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점차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작년 말 현재 보유한 국내 주식은 176조6960억 원어치로, 전체 금융자산의 21.2%를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 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16.8%다.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연말까지 24조 원가량을 추가로 팔아야 하는 셈이다.
○ 변동성 높이는 변수는 국채 금리
하지만 개미들의 불만과 달리 연기금의 매도세가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국내외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기금도 이에 맞는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세계 증시에 차지하는 비중이 2%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기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연기금 등 기관보다는 미 국채 금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이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가 2.8% 급락한 지난달 26일에도 외국인이 하루 기준 사상 최대인 2조8300억 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을 팔고 덜 오른 종목을 사면서 자산 재분배를 하는 매매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