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골든글로브 수상]5세 때 미국 이민 간 스티븐 연 “가족 결속하는 내용에 깊이 공감” 2005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한예리… 스크린-TV 오가며 팬덤 확보 남매 역할 두 아역배우도 주목받아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 출신의 미국 이민자 가정의 부부 역할로 호흡을 맞춘 한예리(모니카 역·왼쪽)와 스티븐 연(제이컵 역). 판시네마 제공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 시골로 이민 가 농사를 짓는 한국 가족을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진짜 식구 같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윤여정 외에도 ‘제이컵 가족’을 그린 배우들이 뿜어내는 연기력과 이들의 개인사가 시너지를 일으켜 골든글로브 수상을 일궈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연(한국명 연상엽)은 자신이 연기한 제이컵과 닮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세였던 1988년 미국으로 이민 갔다. 지난해 5월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니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간에 낀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훨씬 더 끈끈하게 결속했고 그런 얘기가 영화에 잘 담겨 저도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은 스티븐 연의 삶을 조명했다. 미시간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1학년 때 본 학내 극단 공연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스쿨이나 의대 진학 대신 연기자의 길을 택한 그는 독립영화 ‘내 이름은 제리(My name is Jerry)’에서 조연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미국 AMC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 시즌1부터 7까지 영리하고 용감한 글렌 역을 비중 있게 소화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년)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주목받았으며 그해 영화 ‘춘몽’으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최악의 하루’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30 여성층 팬덤을 확보한 드라마 ‘청춘시대’도 이때 선보였다. 미국 연예 매체 ‘골드 더비’는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며 그의 연기를 호평했다.
아들 데이비드를 연기한 앨런 김(왼쪽)과 큰딸 앤 역을 맡은 노엘 케이트 조. 판시네마 제공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