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전국 요양병원 10곳 조사해보니
1일 서울역 앞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38명으로 월요일 기준으로는 최근 한 달 중 가장 많았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전국에서 1일 0시까지 총 2만1177명에게 이뤄졌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나흘째인 1일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팀장으로 일하는 50대 김선영(가명·여) 씨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가장 위험한 대상에게 가장 먼저 실시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요양병원·시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접종이 미뤄지면서 이 같은 원칙이 어긋났다. 특히 종사자 중 환자와 가장 가깝게 접촉하는 간병인은 다른 종사자에 비해 65세 이상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 씨가 일하는 요양병원에서도 간병인 36명 중 21명이 백신을 맞지 못했다. 요양병원과 시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상태라 자체 집단면역 실현이 중요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취재한 상당수 요양병원과 시설은 오히려 한동안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컸다.
○ ‘접종 제외’에 피로감 누적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작 이후 사흘이 지난 1일에도 요양병원에선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의 간병인이 많은 곳에선 ‘감염 공포’가 여전하다. 보통 간병인은 병원에서 숙식하며 24시간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1, 2개월 정도 ‘접종 공백기’를 버텨야 한다.
공교롭게 환자 접촉이 적은 직군은 접종률이 높은 편이다. 연령대가 낮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B요양병원에선 조리사(6명), 원무행정(3명), 영양사(1명) 등 환자 접촉이 적은 직군은 전원 접종 대상이 됐다. 반면 간병인은 14명 중 5명만 접종을 받는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백신 대상자를 간병, 행정, 청소, 조리 등으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간병인 중 어느 정도가 접종을 받게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고령층 접종 긍정적 검토 필요
간병인 등의 접종이 미뤄지면서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적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너무 지쳤다. 요양병원 종사자는 ‘퇴근 후 외출 금지’ 적용을 받아 석 달 동안 외부 식당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외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 간병인들은 앞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만 책임지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빨리 검증해 65세 이상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도 해당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허용하거나 허용할 준비에 나섰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에 대한 백신의 안전성을 검증한 뒤 빨리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일 브리핑에서 “스코틀랜드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결과 중증 예방 효과가 상당히 높았다”며 “해당 백신의 사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