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2주년]文대통령 3·1절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앞줄 오른쪽), 독립운동가 임우철 애국지사(왼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드러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와 한일 간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밝히면서 한일관계 복원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나타낸 것.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일본을 향해 과거를 직시해야 미래로 갈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문 대통령은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특히 이번에는 도쿄 올림픽을 ‘제2의 평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식화하면서 이를 위해 협력하자고 일본에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7월 도쿄 올림픽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해법 없이 대화 의지만 강조해 일본이 호응하고 나설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文, ‘제2의 평창’ 구상 처음 공식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일관계 복원이 현 정부가 중시하는 남북관계 복원 및 북한 문제 해결과 이를 위한 한미일 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도쿄 올림픽이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고 비핵화를 진전시킬 마지막 기회 또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일본에 과거사 문제 때문에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일 대화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100년 지난 지금 한일은 매우 중요한 이웃”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와 협력 분리의 ‘투트랙’ 접근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넘어야 할 유일한 장애물은,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전 3·1절 기념사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일 양국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함께 걷고 있다”고 했다. ‘협력’이라는 표현이 19차례나 등장했다.
또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불행한 역사를 잊지 못하는 법”이라면서도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되었다”고 했다. “수십 년간 한일 양국은 분업 구조를 토대로 함께 경쟁력을 높여 왔다”며 “한국의 성장은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도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