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 화요일 맑음. 굉음을 위하여. #344 Mogwai ‘Ritchie Sacramento’(2021년)
영국 록 밴드 모과이의 신작 ‘As the Love Continues’ 표지. 팀명은 영화 ‘그렘린’(1984년) 속 생명체 이름에서 따왔다.
임희윤 기자
하긴 차트 신경 쓸 거였으면 애초에 이런 음악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과이의 음악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찾는 일은 우물가에서 복숭아 향 탄산수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10∼20분을 우습게 넘기는 긴 연주곡이 전매특허다.
이들이 쓰는 청각적 각본은 대개 기승전결 대신 ‘조용히-시끄럽게-더 시끄럽게’의 공식을 따른다. 예쁘장한 기타 분산화음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증폭된 사운드가 노도처럼 몰아치더니, ‘이게 최대’라고 믿는 순간 끝내 한 단계 더 볼륨을 높여 종말로 치닫는다.
모과이는 괴이한 노래 제목들로도 이름났다. 팬들이 ‘연습실에 랜덤 제목 생성기라도 숨겨둔 게 아니냐’고 할 지경.
‘묶인 청소년들에게서 온 쾌활한 파도’ ‘태양에서 너무 시끄러운 냄새가 나’ ‘당신은 라이오넬 리치요’ 등의 노래 제목은 마치 현대미술관에 걸어둔 추상화가의 고약한 유머 같다.
첫 앨범의 첫 곡 제목 ‘Yes! I Am a Long Way from Home’은 신작 마지막 곡 제목 ‘It‘s What I Want to Do, Mum’과 묘하게 대구를 이룬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1314만 분(25년)짜리 연주곡을 멈추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이거예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