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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제정 5년 北인권법 사문화시키고 내부 목소리까지 막은 정부

입력 | 2021-03-04 00:00:00


북한인권법이 어제로 제정된 지 5년이 됐다. 하지만 법의 주요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실태조사와 정책 개발을 위한 북한인권재단은 이사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도,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구성도 중단됐다.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보고서는 3년째 비공개로 봉인돼 있다.

북한인권법은 최초 발의된 지 11년 만에 이뤄진 지각 입법이었다. 북한 인권은 2000년대 초부터 국제사회가 먼저 제기하고 공론화한 이슈였다.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되고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지만 한국에선 여야 간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19대 국회 막판에 간신히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정권교체가 되면서 그나마 시작된 일마저 모두 정지되고 말았다.

북한인권법의 사문화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김정은 정권을 자극할 인권 이슈는 꺼내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문제 삼을 때마다 “반공화국 모략책동”이라며 반발하는 북한 정권을 의식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제안국에도 계속 불참했고, 심지어 북한 인권을 제기하는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북한 인권은 이제 정부 내에서 금기가 돼 버렸다.

정부는 북한인권법에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 인권과 남북관계의 균형 있는 이행’을 내세운다. 남북관계 진전이 곧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해괴한 논리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론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주장까지 편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자 원칙의 문제이지, 선택적 타협이나 묵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내부의 목소리마저 막으면서 남북관계를 이어간들 일시적 대화 외에 얻을 게 무엇인가. 종국에 남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무너뜨린 도덕적 가치 기반의 잔해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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