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신세대’로 불렸던 40대 집권당이 암만 못해도 2번 안 찍어 야권후보 단일화해도 위태롭다 60대 이하가 외면하는 국민의힘 권력의지 없이는 변할 수도 없다
김순덕 대기자
보수 야당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가 오늘 발표된다. 축제처럼 컨벤션 효과를 일으켜 정권교체까지 몰고 가도 모자랄 판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룰 놓고 씨름하다 진 빠질까 걱정이다.
서울시장 선거법칙 중 하나가 대통령 지지율이 45% 밑이면 야당이 이긴다는 거다. 작년 총선 직전 56%였던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37%까지 떨어졌다(이하 갤럽조사). 야권이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찍는다고 유권자들이 팔을 걷고 기다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수당을 찍어본 적 없는 세대가 도끼눈을 뜨고 있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예비경선 진출자가 8명이나 됐으면 국민의힘은 서울 방방곡곡을 다니며 미스터 트롯처럼 보수 야당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관심 끌기 싫다는 듯 경선을 끝내놓고 단일화 설문으로 ‘시장 적합도’를 물으면 당만 우스워질 뿐이다. 그럼 적합하지 않은 후보도 있단 말인가. 당연히 여당과 맞붙어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따져야 한다.
제1야당 조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안철수가 국민의힘 간판을 달 경우 28%나 되는 무당층이 2번 안 찍을 수도 있다. 특히 서울에서 25∼29세(86만 명) 다음으로 많은 45∼49세(82만 명), 50∼54세(81만 명)의 거의 절반은 보수당을 찍어본 적 없는 자칭 진보요, 강성 문파다. 두 번째 지지 정당은 없다고 할 만큼 압도적이다.
1990년대 초반 X세대라고 불렸던 1970년대생은 부모세대보다 먼저 컴퓨터와 배낭여행을 즐긴 풍요의 세대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져 어렵게 사회에 진출했고, 자신들이 만든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정권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믿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외쳤던 이들에게 국민의힘은 상위 1%의 정당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못한대도 보수당은 토착왜구 같아 손이 안 나간다는 거다.
1987년 민주화항쟁에 나섰던 50대는 물론 넥타이부대의 자녀들인 30대도 40% 안팎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 다음은 ‘지지 정당 없다’이지 보수당이 아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60대 이상이 제일 많다(35%). 당의 이미지도 결코 오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댁 어른 같다. 심지어 당 내부에서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을 하려고 모인 정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번듯한 당사 있겠다, 다달이 국고 보조금 나오니 TK(대구경북) 의석만 잡고 있으면 굳이 집권하려 애쓸 것도 없고, 혁신할 필요도 없이 편하다고 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이라고 일갈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만일 직을 박차고 나온다면, 2번을 벼슬처럼 떠안기지 말았으면 한다. 제3지대에서 제대로 된 정당을 차리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쓴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영국 집권 보수당의 성공 비밀을 강한 권력 의지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국가 비전이 있어도 집권 못 하면 소용없다. 유연하게 변화하고 외연을 넓혀 정권을 잡은 다음, 원칙으로 돌아가면 된다. 지금은 딴판인 민주당도 그렇게 했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