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맞았지만 후쿠시마 일대는 방사능 오염, 인구 감소,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 등으로 아직도 신음하고 있다. 10년 전 인구의 7%가 사망한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12.5m의 대형 방조제를 지었지만 주변엔 무너진 청소년수련관이 10년째 방치돼 있다. 이와테=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김범석 도쿄 특파원
인근 국도 6호선의 약 10km 구간 역시 오염이 심해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기자가 차 안에서 측정하니 시간당 방사선량이 최대 3μSv(마이크로시버트)까지 올라갔다. 정부 기준치인 0.23μSv의 13배에 달했다. 인근 오쿠마(大熊) 마을 일부 지역에서는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6.959μSv가 측정됐다.
“日정부, 올림픽 위해 거짓말”
국도 옆 방치된 ‘오염 토양’ 방사능 오염이 심해 사람이 차에서 내릴 수 없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옆 국도. 주변에는 오염된 흙을 모아두는 중간저장 시설이 대거 들어서 있다. 후쿠시마=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10년째 방치된 제1원전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도쿄전력 측은 “직원들이 방호복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올해 1월 말 원자로 덮개 부분에서 약 2∼4경(京·1조의 1만 배) 베크렐(Bq·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의 세슘이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사람이 1시간만 노출돼도 즉사하는 수준이다. 원전 폐로 작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엉겨 붙은 방사성물질 잔해(데브리)를 제거하는 작업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정부의 책임 회피 조짐도 보인다. 원전 사고 주무부서인 부흥청의 올해 제언서에서는 5년 전 포함됐던 ‘부흥·재생은 국가의 책무’라는 문구가 돌연 삭제됐다. 후쿠시마현 측에서 거세게 항의한 후 이 문구가 다시 삽입됐다.
오염수 논란 ‘세슘 우럭’ 공포
오염수 바다 방류 논란도 여전하다. 현재 도쿄전력은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란 장치로 오염수를 여과해 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현재 누적 보관량이 124만 t으로 내년 가을경 한계치(137만 t)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은 ‘바다 방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주민 반대가 워낙 심한 데다 도쿄 올림픽을 위해 해외 여론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라 공식적으로는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도쿄전력 역시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방사선량을 검사하는 가미야마 교이치(神山亨一) 후쿠시마현 수산해양연구센터 방사능연구부장은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 소비자들이 후쿠시마 생선을 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안전성 입증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부흥상 겸 후쿠시마원전사고 재생총활담당상은 지난달 22일 주일 외국인 특파원단 기자회견에서 “한국 등 15개국에서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 규제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비과학적 소문과 오해에서 비롯된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방조제 쌓아도 인구감소 뚜렷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2011∼2019년 후쿠시마 부흥 명목으로 37조1294억 엔(약 393조 원)의 막대한 돈을 투입했다. 이 중 대부분이 인프라 재건에 쓰였다. 대표적인 예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 앞바다에서 건설 중인 높이 12.5m의 방조제다. 10년 전 리쿠젠타카타에서는 당시 인구(2만4200명)의 약 7%인 1757명이 숨지고 가옥 절반인 4000가구가 파괴됐다. 이런 피해를 다시 겪지 않겠다며 1657억 엔(약 1조7500억 원)을 들여 지방자치단체 측에서 ‘만리장성’에 비유하는 대형 방조제를 건설하고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 측면의 대책에만 집중한 나머지 피난민 귀환 유도, 인구 감소 대응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대책에 소홀했다는 데 있다. 방조제까지 쌓고 있지만 리쿠젠타카타 인구는 현재 1만8100명으로 사고 전보다 약 6000명 줄었다. 역시 큰 피해를 겪은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 역시 10m 고지대에 주택지를 조성하고 38개 상업시설을 짓고 있지만 역시 인구가 대지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에서
김범석 도쿄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