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과 ‘사랑의 밥차’ 채성태 이사장 재난현장 등 누비며 ‘밥차’ 봉사… 쌀 흔쾌히 내준 스님과 의기투합 더 큰 봉사로 6년째 나눔의 인연 “코로나로 살펴야 할 곳 많아져”
‘사랑의 밥차’ 채성태 이사장(왼쪽)과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 뒤에 보이는 와불(臥佛·누워 있는 부처)은 길이 15m, 높이 2m로 둥글둥글한 몽돌로 조성됐다. 의왕=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경기 의왕시 청계사는 봄을 재촉하는 따사로운 햇빛이 가득했다. 곳곳의 풍경(風磬)이 차르랑차르랑 화음을 이룬다. 나눔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주지 성행 스님(58)과 ‘사랑의 밥차’ 채성태 이사장(54)을 만났다.
“스님, 쌀 좀 주세요.”
6년 전 채 이사장이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스님에게 대뜸 건넨 말이다. 절에 가면 공양미가 많이 보였던 기억 때문이다. 수십, 수백 명분의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쌀이 항상 부족했다.
봉사의 고수(高手)들은 서로 속사정을 잘 알았고 마음이 쉽게 통했다.
“스님 손이 크세요. 이쪽 사정을 아셔서 재료비를 넉넉히 주세요. 2017년 포항 대지진 현장을 비롯해 스님이 부르시면 기꺼이 출동했습니다. 스님의 봉사활동을 위한 기마병, 보급병이 된 셈이죠. 하하.”(채 이사장)
1985년 종상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성행 스님은 일찌감치 복지를 자신의 길로 정했다. 강원(講院)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중앙승가대에서 복지를 전공했다. 2000년 청계사 주지를 맡으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꿈들을 실천하고 있다. 청계사 인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장애인 거주시설 ‘녹향원’을 맡아 개축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녹향원 드림 하우스’를 준공했다. 스님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희망나래복지관(의왕시), 대궁어린이집(경기 안양시), 청소년수련원(경남 하동군)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을 위한 봉사와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복을 메뉴로 한 식당으로 성공한 채 이사장은 2001년 누나의 요청으로 장애인들에게 전복죽을 서비스한 것을 계기로 봉사에 나섰다. 밥차의 원조 격인 ‘사랑의 밥차’를 시작해 지금도 주 1회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밥차 서비스를 하면서 재난 현장을 찾아 정이 담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시작하면 봉사활동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올해 20년이 됐는데 아직 안 망한 게 다행이죠. 200명의 후원회원과 공효진 김재원 씨 등 배우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큰 힘이 됐습니다. 밥차를 시작한 뒤 사찰, 성당, 교회 등 밥차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지 갑니다. 그래서 농담으로 저희는 모든 종교와 통하는 통교(通敎)를 믿는다고 하죠.”(채 이사장)
“출가자들의 가장 큰 의무는 수행이죠. 이를 바탕으로 포교와 복지에 나서야 합니다. 부처님도 집중 수행하는 결제(結制) 때에는 참선하고, 이 기간이 끝나면 중생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했습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위로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구제한다) 중 하화중생을 요즘 말로 바꾸면 바로 복지입니다.”(성행 스님)
과거에 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늘었지만 사각지대가 아직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채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식이 아니라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워서인지 음식을 더 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행 스님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채 이사장과 평생 같이 갈 생각”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