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증오범죄 맞서 연대 강조”
한국계 감독의 ‘윈드’ 유튜브 공개
4일만에 122만 조회… “공감” 댓글

싱크홀에 갇힌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그린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에서 할머니가 찐 감자를 손자가 먹으려는 장면. 유튜브 캡처

픽사가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한 9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의 내용이다. 바위에 집을 짓고 산다는 설정이나 로켓을 타고 싱크홀을 탈출하는 모습은 판타지 같다. 하지만 윈드는 픽사의 시뮬레이션 디렉터인 한국계 미국인 에드윈 장(장우영·사진)이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그는 자리가 하나뿐인 로켓에 손자만 태워 지상으로 보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네 아들을 홀로 키운 할머니의 희생을 표현하고자 했다.
2019년 12월 공개 후 유료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이 애니메이션을 픽사가 유튜브에 푼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산책을 하던 80대 태국계 남성이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후 뉴욕에서 50∼70대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이 잇달아 공격을 받았다. 픽사는 성명에서 “모든 형태의 반아시안 증오 행위에 맞서 아시안 및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포용력을 키우기 위해 아시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윈드는 장 감독의 개인사에 기반한 이야기지만 자녀와 손주를 위해 헌신하는 조부모 세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가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에 가족애를 담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 공개 4일 만에 122만 조회수를 기록한 윈드 영상에는 ‘노령 세대가 폭행당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젊은 세대들을 위해 많은 고통과 희생을 감내했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오른다’는 댓글이 달렸다. 장 감독은 유튜브 공개일에 자신의 트위터에 ‘영화가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