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445조 거래, 작년 총액 추월… 하루 거래액, 광풍 분 2018년의 3배 젊은층 “주식보다 높은 수익 기대”… 올들어 투자자 159만명으로 급증 하루 10배 변동 ‘잡코인’에도 몰려… 전문가 “자산가치 없어 폭락 가능성”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24시간 거래가 되니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원 김모 씨(32·여)는 지난해 말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찾아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100만 원을 투자했다. 주식에 넣었던 3000만 원을 전부 빼내 비트코인에 ‘몰빵’한 건 올해 2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기사를 접하고서였다. 당시 개당 6000만 원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6583만 원까지 치솟은 뒤 5000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4일 현재(오후 3시 기준) 5690만 원에 거래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김 씨는 “현재 200만 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다. ‘디지털 금’이란 얘기에 투자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건 아닌지 후회된다”고 했다.
○ 두 달도 안 돼 가상화폐 445조 원 사고팔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 2021.2.17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총 445조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거래대금(356조2056억 원)을 훌쩍 넘겼다. 4대 거래소의 투자자 통계가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올 들어 지난달 18일까지 4대 거래소에 가입한 회원 가운데 한 번 이상 거래한 투자자는 159만2157명이었다. 지난해 연간 투자자 수(120만834명)를 두 달도 안 돼 뛰어넘었다. 3년 전보다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더 뜨겁다는 게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러시는 유동성이 뒷받침된 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 데 이어 테슬라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굴지의 금융사도 비트코인 투자를 선언했다.
○ “투기자산, 거품” 경고도 잇따라
특히 가상화폐를 찾는 20, 30대 젊은층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상·하한가 제한 등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투자 시기와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고 투자에 뛰어든다. 양모 씨(29)는 “대박을 노리려면 주식보다 가상화폐가 낫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하루 새 10배 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잡코인’에도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여전히 거품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비트코인은 투기자산” “비효율적 결제 방식”이라며 연일 비판에 나섰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들 역시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