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AI에 집밥 수요까지 겹쳐 지난달 전년대비 16.2% 껑충 파-사과-달걀 등 상승폭 커 음식점 수입산 식재료 34% 차지
“네가 이럴 줄은” 귀하신 몸 ‘금파’ 최근 ‘금값’이 된 파가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대파 1kg의 소매가격은 7575원으로 1년 만에 246% 올랐다. 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A 씨(29)는 대파 값이 계속 오르자 지난해 11월 나름의 ‘파테크(파로 재테크)’를 시작했다. 집 베란다에서 화분에 파뿌리 5개를 심었다. 따뜻한 베란다에서 햇볕을 받아 쑥쑥 자란 파를 열흘 만에 한 번씩 잘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파 값을 고려하면 한 달에 1만5000원을 아낀 셈이다.
한파 등 기상 악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까지 늘면서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 식재료 중 수입산 비중은 3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과일, 채소, 고기, 생선 등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2% 올라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1% 올라 1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 긴 장마와 잦은 태풍에 따른 작황 부진에 최근 한파까지 겹쳐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가정 음식료품 수요가 증가했고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명절 수요까지 겹쳐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음식점 식재료 중 수입산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내 외식업체 300개의 주요 식재료 51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식재료 중 수입산 비중은 평균 34.1%였다. 수산물이 6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축산물(31.7%), 농산물(18%) 순이었다.
정부는 달걀과 채소류 등 주요 농축수산물의 가격과 수급 여건을 점검하고 가격 강세 품목 중심으로 정부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수입을 확대하는 등 가격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상여건에 따라 당분간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 /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