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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킹험 “시속 150km 공은 아껴 놓았죠”

입력 | 2021-03-05 03:00:00

작년 SK서 2경기 만에 부상 방출
한화서 두번째 한국무대 시작
연습경기 32개 공 던져 최고 147km
수베로 감독 “경기 운영도 좋아져”



한화 투수 닉 킹험이 4일 대전에서 열린 퓨처스(2군)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킹험은 이날 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 제공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퓨처스(2군)와의 연습경기에 한화 선발 투수로 닉 킹험(30·미국)이 나섰다. 1사 1, 2루 위기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더블플레이를 이끌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는 2회에도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한화 유튜브 생중계 해설을 맡은 김희준 한화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은 “긴장이 풀리면서 제구가 확실히 잘 형성되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한화 유니폼을 새로 입은 킹험은 주목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하나다. 그가 지난해 SK에서 쓴 불명예 때문이다. 2020시즌 SK에서 첫 한국프로야구(KBO) 무대를 밟은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 출전에 그치며 방출됐다. 이후 수술대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그의 ‘직업정신’을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해 부상이 투구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되었음에도 계속 불편함을 호소했다는 것. 그런 그를 한화가 영입하자 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그는 2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32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7km를 기록했다. 압도적이진 않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49·베네수엘라)은 “뒤로 갈수록 경기 운영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주변의 우려를 그 자신은 잘 알고 있다. 1월 구단 등록명을 ‘킹엄’에서 ‘킹험’으로 바꾸는 일종의 개명(改名)까지 했다. 넥센의 에릭 해커 등 KBO에서 등록명을 바꾼 선수들이 개명 후 성적이 좋아진 사례를 참고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야구가 끝났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그는 팀에 빠르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날 마운드에 등판하며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선수들에게 인사했다. 공수 교체 때는 동료의 등을 토닥이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는 “현재 킹험의 훈련 태도는 흠잡을 데 없고, 누구보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킹험은 이날 경기력에 대해 “구속 150km는 정말 중요한 경기를 위해 아껴놨다”는 재치 있는 답을 내놓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모든 구종이 최고인 투수가 되겠다.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타자가 내 다음 공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대전=강동웅 leper@donga.com / 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