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어제 ‘가계소득 동향 및 소득재분배 효과’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전 분기 중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2분기에만 양극화 지표가 개선됐다”고 했다.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2분기에만 줄어 소득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굳이 공들여 분석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에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마구 지급할 정도로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도 특위는 이달 들어 과감한 재정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3일에는 ‘코로나 경제위기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저금리 기조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검토 카드를 꺼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한국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을 특위가 몰라도 문제고 알면서 모른 척해도 문제다.
조대엽 정책기획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코로나 유행에 따른 민생 위기에 대응하는 마지막 저지선”이라며 “세계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한국판 뉴딜의 방향과 다르지 않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명사적 전환을 이끌 국정의 방향으로 주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의 핵심 경제정책이었지만 변변한 성과가 없어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한 소득주도성장을 자화자찬하는 것은 듣기에도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