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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주민들 “LH에 배신감”… 공공주도 개발 차질 우려

입력 | 2021-03-06 03:00:00

[LH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수도권 신도시 사업 예정지 가보니




與대표 질책 받은 LH 전-현직 사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사진)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오른쪽 사진)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뒤 당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LH 전·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5일 낮 12시 반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인근의 한 중개업소.

이 지역에 땅을 갖고 있는 주민 5, 6명이 상담 중이었다. 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향후 신도시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중개업자와 논의하고 있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남 교산은 3기 신도시 중 토지 보상 속도가 가장 빠를 정도로 정부에 협조적이었지만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노한 주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주민들 “LH에 배신감 느낀다”

하남 교산신도시는 토지 보상률이 현재 약 60%로 3기 신도시 6곳 중에서 보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이달 12일부터 창고나 비닐하우스 등에 대한 보상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주민들이 3기 신도시에 대한 전수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보상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남에서 농사를 짓는 장모 씨(63)는 LH와의 토지 보상 협의에 응하려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나온 뒤 마음을 바꿨다. 장 씨는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LH가 제시한 보상 가격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고 했다.

토지 보상 과정에서 LH에 협조적이었던 주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남시 천현동에 사는 김모 씨(38)는 최근 LH가 제시한 보상 가격인 3.3m²당 1600만 원대에 땅을 팔기로 했다. 그는 “시세보다 낮았지만 나중에 추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LH 직원의 말을 믿었다”고 했다. 그는 “‘싼값에 동의해준 우리가 얼마나 바보 같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보상 절차가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는 믿음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인천 계양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로 땅을 투기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고양 창릉 통합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도 “100평을 보상받아도 인근에서 땅 10평도 못 산다”며 “우리 동네에서도 LH나 공무원이 투기한 게 드러난다면 주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2·4공급대책 차질 빚어질 우려

이날 경기 시흥시 하수처리장 공터에서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위원회’가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 설명회에서도 LH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C중개업소 대표는 “진상 조사와 후속 조치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신도시 개발의 추후 일정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대책협의회 의장은 “그간 주민 요구는 이런저런 규정을 대며 거절하더니 정작 LH 직원들은 내부 정보로 땅을 산 것 아니냐”며 “정부가 전수 조사를 맡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MBC 기자와의 문자메시지에서 “(LH 임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토지를 미리 구입했다기보다는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썼다. LH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여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LH에 대한 불신이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시작된다. 국토부는 “토지 보상을 마쳐야 사전 청약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만큼 청약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 결국 실제 입주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2·4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급과 관련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민간이 LH에 토지를 넘기면 공공주도 개발을 통해 수도권과 5개 광역시에 33만2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는 2·4공급대책 전체 목표치(83만6000채)의 약 40%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LH에 사업을 맡기겠냐”며 “정부가 목표한 공급량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하남=정순구 soon9@donga.com / 김호경·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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