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News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일(현지시간)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잠정 NSS)을 내놓은 가운데 이 지침에 담긴 ‘북한’(North Korea)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외교 방식(바텀업)을 알리는 것을 넘어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을 향해 대중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잠정 NSS’는 국무부, 국방부 등이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주요 정책을 내놓기 전 해당 정부의 개괄적인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국내외로 알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 즉 몇 달 뒤 분야별로 상세한 내용이 담긴 최종 NSS 지침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바이블’로서 역할하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침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 외교관들이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증강 중인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야기하는 위협을 감소시키도록 힘을 실어주려 한다”며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핵분열 물질과 방사능 물질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장을 뜯어보면 우선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은 기본적인 대북 외교 방식을 ‘바텀업’으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방식은 탑다운이었다. 정상들 간 먼저 어떤 사안에 대한 합의를 거친 뒤, 그 결과에 대해 양측 관계자들이 실무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단계를 거꾸로 하면 ‘바텀업’이다.
동일선상에서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점을 찍고 있는 동맹외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풀이다. 동맹국과의 의견 교환(실무)을 거쳐 대북정책 방향을 정립하겠다는 것으로, 여기에는 역사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한국과 일본을 향해 ‘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담겨있는 것으로 읽힌다.
마지막으로 일련의 언급은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매우 작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2월 내놓은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을 17번 언급했다. 그에 비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발언(2번)은 현저히 적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만큼 바이든 행정부에서 거론된 국가는 ‘중국’이었다. 이번 지침에서 중국은 14번 거론됐다.
오히려 미중 양국관계에 있어 한반도를 현상유지하는 것이 서로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미중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문제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1에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가장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을 모아 중국을 견제하는 일이 최우선순위가 될 것이고 북한문제는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뒤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돼 가느냐에 따라, 즉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에 어떻게 협력을 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일 이후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이 있는’ 아시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읽힌다. 올해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국무·국방장관이 해외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두 장관의 방일, 방한 자리에선 한일관계 복원, 한미일 삼각 공조가 주요하게 거론될 것”이라며 “당연히 대북문제 또한 거론될텐데 미국은 (동맹국인 한일) 양국 입장을 반영해 마련 중인 새 대북정책의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중요시하고는 있지만) 대북정책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